훌륭한 일터를 이끄는 리더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를 하나씩 집어보자. 레오가 하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리더'인 이유는 다른 구성원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바라보고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오는 여행길에서 순례자들의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할 뿐만 아니라 지친 영혼을 위로해 주곤 했다. 그들의 불평이나 하소연을 마다 않고 들어주며 순례자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었다. 레오는 순례자들의 여행과정에서 각자의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지친 영혼의 쉼터가 되어 주었으며,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주었다. 리더십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K 블랜처드에 따르면 구성원은 자신에게 분명한 방향과 목표가 주어질 때 잠재력을 발휘해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는 중간관리자에게, 중간관리자는 일선 실무자에게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행동과학적 조직론의 창시자인 H 사이먼은 조직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개인들에게 뚜렷한 목표를 부여함으로써 개개인으로서는 달성할 수 없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개인이 자동차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직을 만들어서 일부 개인에게는 전체 자동차가 아닌 엔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이런 개별적인 목표 설정 및 달성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훌륭한 일터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은 최고경영자라면 비전 제시이고, 중간관리자라면 비전 공유의 역량이다. 실제로 비전은 조직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회적 이슈를 예로 들어보자. 얼마 전 뉴스에서 해외 원정 출산이 문제로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특히 그 사유가 병역의무 회피, 교육의 붕괴 등으로 해석되면서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 현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좀더 깊이 그 밑바닥에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결국 한국이라는 국가의 비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생겨난 일임을 알 수 있다. 국가라는 조직의 비전이 불투명함으로써 부모들로 하여금 많은 돈과 위험을 무릅쓰고 원정 출산을 강행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식만이라도 비전이 뚜렷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일어나는 조직이탈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리더십은 일반적으로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개인이 집단의 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즉 리더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동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 리더가 가치 있는 것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를 믿고 따르게 된다. 그리고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은 '공유된 자원'(Shared Resource)으로 인식돼야 한다. 즉 리더는 가치 있는 것,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구성원과 공유함으로써 비로소 리더십이 발생할 수 있다. 레오는 이런 측면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레오는 개인적인 목적을 갖고 순례단에 참가한 순례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동목표를 공유시키고 또한 개개인이 꿈을 잃지 않게 격려함으로써 리더십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공유하고자 하는 가치는 뚜렷하고 명확해야 한다.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4C가 필요하다. 명확성(Clearness), 역량(Competency), 헌신(Commitment), 공유(Communication)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먼저 명확하지 않으면 안된다. 간단명료하면서도 구성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무엇이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제시했던 '모든 가정에 1대의 PC를 보급하는 것' 비전은 명확하면서도 그 당시로서 새로운 세상에 열정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비전은 공유돼야 비로소 그 의미를 갖게 된다. 비전이 공유되기 위해서는 전 조직에 전파되는 방법으로 시각화가 중요하다. 이러한 시각화는 최고경영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상징적인 액션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다. 한광모·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 [ 엘테크 브레인스토밍 ] ** 전조직 공통된 가치공유 중요 ** '관리자는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이고 리더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다'는 말에서 두 개념의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리더십이란 다른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리더는 조직 내 계층구조에 구애받기보다 구성원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최근 조직에서 관리자들로 하여금 리더가 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직구조 자체가 피라미드 형태의 계층적 구조에서 점점 더 지식이나 기능 중심의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고 있다. 또한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한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전 조직이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에 한국을 다녀간 애질런트 반홀트 회장은 이틀간의 빠듯한 일정을 고객사를 찾아다니는 대신 직원들과의 대화에 할애했다. 2000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반홀트 회장은 해고대상인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회사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 결과 수천명의 해고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그날까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업무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이다. P&G가 60년대 말 종이소비재사업에 진출했을 때 킴벌리 클라크사의 최고경영자였던 다윈 스미스의 모습을 상기해 보자. 한 내부 모임에서 다윈 스미스가 일어서더니 말문을 열었다. "자, 모두들 일어나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모두 다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의아해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가 죽었나. 잠시 당혹스러운 순간이 지나간 후에 스미스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은 P&G를 위한 묵념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극도로 흥분했다. 심지어 공장의 인부들까지도 우리가 골리앗에 도전장을 내민 사실에 고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