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별미집의 첫째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음식맛이다. 인테리어가 그럴싸하고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좋아도 맛이 신통치 않으면 고객들은 결국 발길을 끊는다. 시장통 한구석의 허름한 식당도 음식맛이 일품이라는 소문이 나기만 하면 고객들로 문턱이 닳아 없어지는 것과 정반대의 이치다. 음식맛은 손끝에서 나온다. 그것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요리사의 두손에서 나온다. 음식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자신만의 비법으로 무장한 요리사의 도움 없이는 소문난 맛집을 꿈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체인점 방식의 야키니쿠(고기구이)전문점 중 '규카쿠'(牛角)라는 곳이 있다. 레인즈인터내셔널이라는 업체가 일본 전역에 직영, 가맹점을 합쳐 762개의 점포(2003년 10월 말 기준)를 열어놓고 있는 고기구이집 형태의 식당이다. 야키니쿠전문점들 중 규카쿠의 위상은 단연 독보적이다. 도쿄 부도심에 1호점을 연 지난 95년 이후 불과 8년 만에 일본 전체 야키니쿠시장에서 13%의 마켓셰어를 차지하며 수위에 올랐을 만큼 성장속도가 폭발적이다. 외식업체들마다 매출부진으로 냉가슴을 앓는다지만 규카쿠는 무풍지대다. 광우병이 일본 열도를 휩쓸었던 지난 2001년 말, 한때 전년 대비 약 20%까지 줄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왔다. 2001년 12월 말 460개 수준이었던 점포가 2년도 채 못돼 300개 이상 늘어난 데서 알 수 있듯 역풍 속에서도 공격경영의 고삐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고 있다. 규카쿠의 인기비결은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야키니쿠전문점의 냄새와 인상을 싹 걷어내고 현대식 이미지의 카페 스타일로 바꾼 실내 인테리어와 염가 양질의 메뉴, 경쟁업체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인 종업원들의 고감도 서비스가 모두 고성장을 떠받치는 핵심원동력이다. 그러나 일본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규카쿠의 알짜 핵심경쟁력으로 한눈에 도저히 다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메뉴를 들고 있다. 고기뿐만 아니라 곁가지 메뉴도 수시로 내용을 바꾸고 계절에 맞춰 새로운 미각으로 단장하는 규카쿠의 저력을 다른 업체들이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대목은 규카쿠의 주방 내부다. 노련한 요리사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당연한 다른 맛집들의 주방과 달리 규카쿠는 신입사원이나 파트타이머 종업원들이 모두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신참사원과 파트타이머 누구나가 맛있는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정보기술(IT)에 있다. 인터넷 벤처회사와 손잡고 구축한 '링크카페'라는 프랜차이즈점포 종합시스템을 통해 규카쿠는 매출, 수익관리, 식자재, 발주에서 조리작업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표준화를 이뤄놓았기 때문이다. 규카쿠 주방에서는 실제 조리작업이 링크카페의 서버에 등록된 조리기준서에 따라 이뤄진다. 조리기준서는 요리법, 들어가는 재료와 소요량 등을 메뉴마다 상세히 해설해 매뉴얼화한 문서다. 종업원이 특정메뉴에 관해 주방 안의 컴퓨터를 조작하면 관련 조리기준서가 즉시 화면에 떠오르도록 설계돼 있다. 때문에 컴퓨터는 주방의 필수품이다. 베테랑 주방장, 요리사는 없어도 되지만 컴퓨터가 없으면 거의 모든 메뉴가 멈추게 된다. 신참사원 교육이나 메뉴가 변경되면 컴퓨터의 조리기준서를 읽어가면서 요리법을 손에 익히는 것이 당연한 규칙이다. IT를 활용한 조리작업의 표준화는 모든 직원과 파트타이머 종업원이 언제라도 같은 메뉴에 대해서는 동일한 손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일본 전역의 어느 점포에서나 같은 맛과 품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안심감을 갖게 됐다. 주방혁명은 조리기준서 하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규카쿠는 신선한 식부자재가 메뉴의 고품질과 직결된 열쇠라고 판단, 자재 조달시간을 압축하는 데도 심혈을 쏟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링크카페를 통한 온라인 발주. 링크카페를 구축하기 전 규카쿠의 각 점포들은 영업시간이 끝난 후 팩시밀리로 거래업자들과 식부자재의 주문을 주고받았다. 이 방법으로는 점포의 문을 닫고 바로 주문을 하더라도 납품시간이 다음날이기 일쑤였다. 점포들로서는 수일치 재고를 비축해 놓아야 하니 선도도 떨어지고 자금관리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링크카페 가동 후 규카쿠는 전국에 복수 물류센터를 세운 후 거래업자들이 이곳에 납품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 점포들로부터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에 따라 바로 자재를 실어날랐다.그 결과 발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13시간으로 대폭 줄어 종전에 비해 거의 하루를 절약하게 됐다. 필요한 만큼만 적기에 공급받아 사용함으로써 식부자재의 낭비를 없애고 선도도 최대한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주방혁명은 가격혁명으로도 이어졌다. 조리표준화를 통한 인건비 압축과 식자재 낭비 제거는 동일한 메뉴의 가격책정에서 규카쿠가 경쟁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게 한 또 다른 힘이 됐다. 규카쿠는 고객 1인당 객단가(매장에서 쓰고 가는 돈)가 2,800엔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식사는 충분히 즐기되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넉넉잡고 3,000엔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규카쿠는 각 메뉴마다 1인분에 얼마의 값을 책정해야 고객 1인당 식사비가 2,800엔 정도 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각 점포에서 가장 인기 높은 갈비, 로스구이 등의 주력 메뉴가격이 1인분 490엔에 결정된 것도 이 같은 계산과 무관치 않다. 주방혁명이 규카쿠의 내부 힘을 길러준 비결이었다면 서비스와 인테리어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킨 원동력이었다. 규카쿠는 급속한 점포확장에 따른 서비스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고객과 파트타이머 종업원들의 지혜를 풀로 활용하고 있다. 점포 이용경험이 있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2인1조의 암행조사반(모니터)을 월 1회씩 투입, 일선 점포를 순회하며 내부 청결상태와 종업원들의 접객태도를 무려 87개 항목에 걸쳐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등의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주방과 홀의 종업원들이 주고받는 말이 씩씩하고 명랑한지도 체크 대상이다. 고기구이판을 갈아주는 종업원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고객들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하는지, 고객을 배웅할 때 문밖에까지 나오는지도 체크항목에 올라 있다. 타 외식업체들이 소홀히 하기 쉬운 파트타이머 종업원들의 현장목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는 것도 규카쿠의 또 다른 저력이다. '파트너스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연 1회씩 열리는 파트타이머 종업원대회를 통해 규카쿠는 본사 임직원과 1,000여명의 파트타이머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선 사례를 발표하는 한편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보와 대화를 나눈다. 규카쿠가 예상하는 2006년의 점포수는 모두 1,000개. 일본시장만을 놓고 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현재 4개 점포를 운영 중인 미국시장으로 적극 눈을 돌려 일본발 야키니쿠 선풍을 대륙 전체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니시야마 도모요시 규카쿠 사장은 부동산중개관리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모자라는 외식업 경험과 지식을 고객불만을 통해 거꾸로 보충했다고 밝힌 니시야마 사장은 "상품은 내 자신이며 최고의 판촉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