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기업지배 구조와 일본기업의 수익성은 관계가 없다." 올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일본 경제 회생의 주역은 미국형 지배구조를 가진 대기업이 아니라 오너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경영하는 전통적 일본형 기업이란 분석이 나왔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12월1일자) '미국형이냐 일본형이냐'란 특집기사를 통해 일본 내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식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거나 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성과는 저조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경영행위의 집행과 감사기능 분리를 골자로 한 미국형 지배구조가 일본의 기업환경이나 문화와 어울리지 않아 단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증대이기 때문에 형식에 얽매인 제도는 중요하지 않다"며 미국식 지배구조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식 기업,수익성 앞서=닛케이비즈니스는 도쿄증시에 상장된 주요 대기업 중 미국형을 채택한 소니 등 1백56개사와 캐논 등 일본형 2백15개사를 비교한 결과 일본식 기업이 완승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미국형 기업의 순익은 지난 2,3분기 평균 37억엔(약 3백70억원)에 불과한 반면 일본형 기업은 2백9억엔에 달했다. 흑자기업 비율도 일본형 기업이 72.9%로 미국형 54.5%를 훨씬 앞질렀다. 실적이 좋은 상위 15개 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사외이사,경영위원회 등 미국식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식 경영의 대표주자인 도요타와 캐논은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이에 비해 1997년 대기업 중 처음으로 '경영위원회'를 설치,'일본식 통치구조' 개혁의 선구적 역할을 해온 소니는 실적 악화로 지난해 1위에서 6위로 미끄러졌다. ◆미국형,일본 기업 풍토와 부조화=미국형 지배구조를 도입한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친 것은 형식적 제도만 도입됐을 뿐 기업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게 닛케이비즈니스의 진단이다. 미국식 제도는 기업경영에 외부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경영진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목적이 있으나 열심히 일하는 일본 기업가에게는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또 미국 경영자들은 주가관리를 최우선시 하는 반면 일본 기업가들은 기술개발과 현장을 중시해 미국식 제도에 대한 거부감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사외이사 제도가 아직 초기단계여서 최고경영자(CEO)에게 조언을 해가면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적은 것도 미국식 제도 정착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