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임러-벤츠가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합병한 것과 관련, 당시 크라이슬러의 최대 주주였던 미국 재벌 커크 커코리언이다임러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제소한 재판의 진행이 3년 만에 본격화 됐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1일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한 양측 변호인 진술 청취를 시작했으며, 내주부터 다임러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과 만프레드 겐츠 재무담당 최고경영자, 합병 당시 크라이슬러 회장 로버트 이튼, 원고인 커코리언트레이신다 회장 등을 법정에 불러 증언을 청취할 예정이다. 재판장은 이날 판결은 내년 3월 이후에나 내릴 것이라고 밝혀 360억달러 규모의 세계 자동차업계 최대 합병 관련 분쟁의 판정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 이 과정에서 양측 변호인단이 내세울 논리와 거물급 증인, 물증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86세인 커코리언은 MGM 영화사와 라스베거스의 MGM 미라지 카지노의 지배주주이자 투자자문사 트래이신다를 운영하고 있으며, 1988년 다임러와의 합병 당시 크라이슬러의 지분 13.75%를 소유한 최대 개인 주주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통합이 합병이냐 아니면 인수냐 여부와 이 과정에서 다임러 측이 커코리언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사기를 쳤으며, 이로 인해 커코리언이 부당하게 손해를 입었느냐 여부다. 커코리언 측은 다임러 경영진이 당시 양측의 동등한 합병이며 이에 따라 경영진 등을 구성할 때에도 양측 동수로 구성해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자신과 주주, 규제당국이 이를 신뢰하고 합병을 허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998년 합병 직후 경영진 16명 가운데 크라이슬러측 인사 8명은 11월에 모두 쫓겨났으며 이후 구성된 새 경영진에는 미국인이 1명 밖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지금 까지 이런 구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커코리언 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 주가가 이후 절반 값으로 계속 떨어졌으며, 다임러 측이 인수가 아닌 합병을 가장함으로써 100억달러 상당의 인수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아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커코리언은 지난 2000년 제기한 소송에서 손해배상금 30억달러와 다임러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했으나 이날 공판에선 배상 요구액을 10억달러로 낮췄다. 반면 다임러측은 커코리언 등 주주들에게 통합과 관련해 경영진 동수 구성 계속 유지를 약속한 적은 없다면서 경영감독위 양측 동수 구성 등 모든 약속을 다 지켰으며 사기를 친일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다임러측 변호인은 또 커코리언은 주가 상승에 다른 이익에만 관심이 있었으며 경영진 구성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면서 당시 언론이 `사실상 인수'라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커코리언의 트래인신다는 아무런 요구를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임러측은 이 사건의 본질이 "커코리언이 합병 이후 계속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계속 주식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손해를 본 것이며, 개인의 투자 판단 실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커코리언측 변호인은 슈렘프 회장이 지난 2000년 10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크라이슬러를 다임러-벤츠의 한 사업부로 만들려 했다"고 발언하는 등 애초 부터 합병이 아닌 인수를 할 의도였음을 드러냈으나 추후 기사가 나가기 전에 400여 곳이나 손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임러측 변호인은 기사 수정을 요청한 일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다임러측 대변인은, 커코리언측이 막후 대화를 원하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다임러는 크라이슬러측 소액 주주들이 120억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지난 8월 막후협상을 통해 총 3억달러를 지급키로 하는 법정밖 중재안에 합의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