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북부 티크리트 지역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기업체 직원 2명이 테러의 희생자가 됨으로써 중동진출 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현지 파견 직원들은 이번 테러사태가 한국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과 직간접으로 연계됐을 가능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사건이 자칫 이라크 특수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이라크 진출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 이라크 전역이 폭풍전야 바그다드 등 이라크 주요도시들은 외관상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인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이라크 체류 한국인들은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무전기 직원 피격사건이 있던 전날밤 요르단 암만에서 바그다드로 복귀한 KOTRA 김규식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꼼짝 못하고 실내에 있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낮에도 외부활동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무역관의 김동엽 과장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숨죽이고 있다"며 불안한 현지사정을 전했다. KOTRA측은 하지만 아직 무역관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대사관의 지침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 이라크 특수 지장 있나 기업들의 이라크행이 일단은 주춤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사태를 전후해 대우인터내셔널 서브넥스 등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요르단 등 인근지역으로 철수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계획을 백지화하는 상황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종 SK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이번 한국인 피살사건을 계기로 파병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수 있으나 전후복구사업과 관련된 수주활동은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이라크 TF팀 김창래 전무도 "아직 테러인지 우발적 사건인지 불분명한 상황인데다 미국의 하청프로젝트가 많아 특수 무산 운운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 기업 테러대책에 부심 관련기업들은 중동 현장에 비상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해외법인을 포함한 전 임직원에게 CEO 메시지를 보내 이라크를 '출장금지' 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 터키, 이집트 등 인근지역은 '출장자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전사적 위기관리체제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현대건설은 중동주재원들에게 △비상연락망 점검 △공사현장 경비강화 △거동이상자 현장출입 제한 △야간외출 금지 △외국인과의 동행 자제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 등의 행동지침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외 폭발물 탐지, 탑승시 여권 및 신분증 확인강화 등 보안절차를 현재 1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김병일ㆍ김미리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