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입실적은 우리나라의 무역 경쟁력이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기업들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혼란스러운 정치, 이라크 정정불안, 에너지가격상승 등 안팎의 어려운 여건속에서 수출호조는 이어졌고 무역수지 흑자폭이 98년 12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흑자규모 30억달러 육박 =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28억6천만달러)는 월간 기준으로 볼때 5년여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작년 같은달보다 무려 16억5천만달러 늘어난 것이며 흑자폭도 지난 8월 18억6천만달러, 9월 25억2천만달러, 10월 24억5천만달러로 점차 커지고 있다. 5-9월 흑자가 수입증가율의 둔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10월과 지난달은 수입증가세 회복에도 불구, 수출이 크게 증가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무역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수출은 전자.전기, 자동차, 철강, 화공 등 중화학제품이 이끌었다. 9개업종중 선박(-38.5%), 석유제품(-7.1%)을 제외하고 7개 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수출액과 증가율면에서 21억5천만달러, 38.1%로 반도체(19억7천만달러, 22.1%), 무선통신기기(19억6천만달러, 22%)를 제치고 최대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은 지난해 82.7%에서 84.7%로 2%포인트 높아진반면 중소업체가 주류를 이루는 경공업제품은 14.9%에서 12.8%로 낮아져 대기업 업종과 중소기업 업종간의 수출기여도 차가 더욱 확대됐다. ◆수출시장 다변화 뚜렷 = 지난달 수출의 또하나 특징은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과는 아직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수출 증가율이 인도 43.5%(1억달러), 러시아 139.1%(1억3천만달러)에 달했다. 아세안과 중동도 14.8%. 20.9% 늘어 10억9천만달러, 3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으로의 수출이 17.3%로 3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세를 실현한 점과 대중 수출이 기계(117.8%), 자동차부품(375%), 철강판(142.5%)등에 힘입어 51.2%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면 대미 수출은 섬유류 등 경공업제품(-6.1%), 철강제품 등 원자재(-20.3%)등이 줄면서 증가율이 지난달 10.4%에서 0.6%로 수직 하강했다. 지역별 누적 무역수지는 중국에서 작년(54억8천만달러)의 배에 가까운 108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에서의 흑자폭은 88억8천만달러에서 73억7천만달러로 감소했고 특히 대일 적자는 132억4천만달러에서 167억2천만달러로 늘었다. ◆전망 = 지난달 수출이 작년 같은달보다 22.5% 늘어난 186억1천700만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연간 수출규모는 1천745억6천300만달러로 늘었다. 12월 실적이 더해지면 연간 수출액은 1천9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수출 2천억달러 시대가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산업자원부는 현재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10월이나 11월께 2천억달러 달성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무역수지는 수출에서 수입 1천780억달러를 뺀 150억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99년 239억달러에는 못미치나 2000년 118억달러, 2001년 93억달러, 지난해103억달러를 능가한 4년만에 최고치다. 산자부는 "이라크사태, 북핵위기, 국내 정치불안, 주5일제 시행에 따른 노사간알력 등 내년도에도 경제를 압박할 불안요인이 많지만 세계 경제호전 등에 힘입어수출 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