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이미지퀘스트의 김홍기 사장은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유명 TV시리즈 주인공으로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 내는 맥가이버처럼 김 사장도 어릴 적부터 전자기계 만드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미군 부대에서 얻은 부품을 이용해 라디오를 직접 제작할 정도였다. "플로피디스크에서 부터 하드디스크,프린터,모니터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에 관한 것은 모두 개발해 봤습니다." 김 사장은 "모니터 디지털TV 등을 만드는 디스플레이 분야는 무엇보다도 기술이 생명"이라며 "천성적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성격과 오랫동안 컴퓨터를 개발해온 경험이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민성전자 오리온전기 제일정밀 등 국내 컴퓨터 산업을 개척한 기업들을 거쳐 삼성전자 컴퓨터개발 부장,현대전자 컴퓨터본부 개발담당 이사 및 모니터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00년 현대전자에서 분사된 이미지퀘스트의 출범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경영이나 관리를 해 본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개발과 생산만 하던 사람들이 경영까지 맡다 보니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지요." 김 사장은 "회사의 성장을 통한 실적을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며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력이 부족한 데다 경영 위기를 겪었던 하이닉스반도체의 계열사라는 점 때문에 알게 모르게 곤란을 겪은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미지퀘스트는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00년 1천2백6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에는 3천3백4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지난 3분기까지 2천9백억원의 매출을 달성,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은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전략을 선택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습니다.스페인에 대규모 LCD 모니터 및 TV 생산 공장을 최근 오픈한 것도 현지 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이었습니다.지난해 38억원에 이어 올해는 43억원을 R&D에 투자했습니다." 그는 "외국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현대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국내보다 사업에 유리하다"며 "내년부터 디지털TV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기존의 유통방식에 온라인 유통 등 새로운 방식을 접목,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제 이미지퀘스트가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중심을 경영의 정도로 삼아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