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회가 의결한 측근 비리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에 반발, 새해 예산 및 주요 법안 심의를 포함한 국회 활동을 전면 거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과 부동산대책,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빠졌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 보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정쟁과 이로 인한 경제 충격은 금융시장 불안과 국가신용도 하락 위험, 정부의 통치 리더십 상실 위기와 맞물려 우리 경제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와 소추권은 헌법상 정부의 고유한 권한이고,특검은 검찰이 수사를 회피하거나 수사결과가 미진했을 때 예외적으로 보완·보충이 허용되는게 사리"라며 "헌법 정신과 원칙을 존중해 정치적 부담과 불편이 따르더라도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게 됐다"고 특검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 의원 1백3명이 즉석에서 의원직 사퇴서를 작성, 최병렬 대표에게 제출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또 최 대표는 26일부터 노 대통령이 특검법 거부를 철회할 때까지 단식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박진 대변인은 "국회 각 상임위나 특위의 안건 심의에 일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6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를 보름 앞두고 입법부 활동이 이처럼 사실상 전면 마비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일(12월2일) 내 처리가 어려워져 정부의 내년 예산집행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 민생 및 경제 관련 긴급 안건도 처리가 지연돼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불확실한 정치 일정으로 인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미뤄온 상당수 기업들도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현재 본회의와 상임위 특위 등에 계류 중인 중요 안건 가운데 상당수가 16대 국회 임기 종료(2004년 5월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허원순ㆍ현승윤ㆍ홍영식 기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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