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신인도를 재는 바로미터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치솟고 있다. 최근 한국의 투자환경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다시금 '싸늘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유는 뚜렷하다. LG카드 등 일부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인 데다 주요 대기업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타깃이 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에 대한 불안심리가 지속되고 위기감이 확대 재생산된다면 '기업 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위축→국가신인도 하락→경기 회복 지연' 등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데 있다. ◆ 한국의 투자리스크 커지나 만기 5년짜리 미 재무부 채권금리에 붙는 외평채(2008년 만기) 가산금리는 지난 20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66bp(베이시스 포인트, 0.66%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9일엔 68bp까지 치솟은 바 있다. 불과 2주 전(5일 0.57%포인트)에 비해 0.1%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태국 국채(2007년 만기) 가산금리가 0.70%포인트인 점을 감안할 때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해외 '한국물' 가산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은 주요 대기업의 해외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재원 4억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뉴욕에서 로드쇼를 마치고도 추가 금리인상 요구로 채권 발행을 연기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공식적인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거의 마무리했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IR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 '3월과는 다르다' vs '속단은 이르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최근 해외투자자로부터 카드사 유동성 위기 재연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외평채 가산금리를 끌어올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도 "지난 3월의 1차 카드채 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엔 북핵 리스크가 상존한 상황에서 SK 분식회계, 카드채 거래 중단 등이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었지만 지금은 북핵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은 데다 카드 역시 1∼2개사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도 주가가 폭락하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치솟고 있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는 측면이 있는 만큼 조기에 매듭짓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언ㆍ강동균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