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카드 대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있는 LG카드의 유동성 지원 여부를 놓고 채권 은행단과 LG카드의 대치 국면이 주말까지 지속되고 있다. 채권단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개인 보증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LG그룹은 구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지분 5.46%까지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만큼 더 이상의 담보 요구는 받아 들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LG카드에 대한 지원 여부가 결정될 24일 오전 채권단 회의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에도 타협점을 찾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채권단이나 LG카드 모두 파국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몰아닥칠 금융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구 회장 개인 보증 쟁점 현재 양측의 협상 쟁점은 구 회장의 개인 보증 여부다. 채권단은 LG카드에 2조원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구 회장이 보증을 서라고 요구하고 있고 LG측은 구 회장의 ㈜LG 지분 5.46%, 10조4천억원 규모의 LG카드 매출채권,LG그룹 대주주가 보유한 LG카드 지분 16% 및 LG증권 지분 4.4% 이외의 담보 제공은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개인 보증은 그룹 오너가 LG카드 정상화 의지를 더 분명히하는 차원의 상징적인 조치"라며 "LG측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24일 회의에서 원칙대로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의 보증을 설 경우 경영권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LG측은 지난 22일 채권단 소속 은행들과 개별적인접촉을 통해 협조를 요청한데 이어 일요일인 23일에도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협상 전망 여전히 미궁 금융계 관계자들은 채권단과 LG측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LG카드에 대한지원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과 구 회장의 개인 보증에 대한 채권단의 의지가 강해 결렬 될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채권단 입장에서는 2조원의 지원을 통한 LG카드의 정상화로 5조∼6조원으로 추산되는 LG카드의 채무를 받는 게 이익이 된다. 또 LG카드 문제가 다른 카드사들에게 전이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고 신용카드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피해를줄 수 있다는 점도 타결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에서는 구 회장의 개인 보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아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금융시장이 혼란에빠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LG측도 "제조업이 아닌 금융회사의 채무를 오너 개인에게 모두 책임지라는 것은무리한 요구"라며 "이미 제시한 담보만으로도 2조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에는 충분하다"고 구 회장의 개인 보증 요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나 LG카드 모두 현재의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기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원 결정되면 일단 안정..장기 위험성 잠재 채권단의 LG카드 지원이 결정되면 LG카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일단 잠잠 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으로서는 LG카드의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채무를 상환받을 수 있게되고 다른 카드사들도 LG카드 문제에 따른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LG카드로서는 최소한 연말이나 내년 1.4분기까지 외부의 지원 없이 회사를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LG카드가 이미 밝힌대로 1조원의 증자가 이뤄지고 2조원의 신규 자금 지원에 기존 채무에 대한 만기가 정상화될때까지 연장되면 LG카드의 유동성 위기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 침체에 빠졌던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도 LG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의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LG카드는 지원 협상 과정에서 현금 서비스 중단 등으로 고객과 시장의신뢰를 잃는 등 영업 기반이 축소될 가능성도 커 정상화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LG카드는 이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으로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렬되면 금융시장 혼란 우려 채권단과 LG측의 협상이 결렬돼 LG카드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경우에는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우선 LG카드는 부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LG카드의 약속어음 3천15억원어치에 대해 지불을 제시했다가 회수해간 교보생명이 오는 25일 다시 지급을 요청할 계획이고 이번주에 2천억원 상당의 기업어음이 돌아올 예정이어서 유동성이 바닥난 LG카드가 자력으로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 1천4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LG카드의 현금 서비스 전면 중단 사태가 현금서비스 대란과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LG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은 자사의 회원들 중 LG카드 회원에 대해서는 이미서비스 한도를 축소해 놓은 상태여서 복수의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는 LG카드 회원들은 결제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주에 카드 결제일인 25일과 27일이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고 신용불량자 양산은 카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채권단도 LG카드의 채권이 부실 채권이 돼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노효동기자 leesang@yna.co.kr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