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는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연 4~5% 범위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소매 등 내수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전년대비 증감률로 산출하는 내년 경제지표는 상대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6자회담, DDA 농업협상 등 국내경제에 영향을 줄 대내외 변수가 산적해 있다. 적대적인 노사(勞使)대립과 위도 핵폐기장 건립 등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이해 갈등이 올해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회복 과정에서 탈락해버리는 '낙오'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 역시 선거의 해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정국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할 경우 정부는 자유시장 경제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선전할 경우 소위 개혁파 위주로 경제팀이 구성돼 복지지출 증대 등 진보주의적 경제개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로 돈줄이 막힌 정치권이 어떤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지도 관심사지만 참여정부 등장 이후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이해집단들의 비타협적 요구들이 선거 이후 어느 정도까지 해소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6자회담과 남북경협 북한이 6자회담에서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개발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는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개발사업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 사업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반면 6자회담이 실패하고 북한과 미국이 강경 대치하면서 국가위험도가 고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외국인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 노사대립 해소 기대 내년 노사관계의 판도는 정부가 올해말 확정할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로드맵'에 달려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로드맵 초안내용 중 △직장폐쇄요건 강화 △대체근로 허용 △쟁의행위로 인한 가압류 허용 등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도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말까지 정부안대로 로드맵을 확정한다. 노동계의 변화가 주목된다. 가계대출 부실과 카드채 불안 지난 6월 처음으로 5백조원을 넘어선 개인대출(5백9조원)의 부실화 여부가 관건이다. 개인 부채는 2000년 말과 비교해 1년반만에 73.4%나 늘어나 있다. 반면 개인들이 보유한 금융자산(1천1조9천여억원)은 이 기간중 29.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개인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그만큼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부채 부실화가 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3백5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문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를 짓누를 가장 심각한 요인이다. 이미 상당수 신용카드사들이 부실화됐다. 내수 소비가 추가적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경제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개방과 농민 등 이해집단 반발 2004년 말까지 타결하기로 예정돼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투자 및 경쟁제도를 포함한 싱가포르 이슈와 농산물 비농산물 서비스 분야 등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협상 일정 자체가 엉망이 됐다. 한국은 DDA 협상과 관계없이 내년말까지 쌀 관세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쌀 수입금지 조치가 내년에는 3백96% 범위내에서 관세를 매기는 소위 관세화 제도로 바뀌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역 마찰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