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 갈등의 상대가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회장이 아닌 김문희(고 정몽헌 회장 장모)여사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명예회장과 현회장간 현대 경영권 분쟁은 `현대가'와 `非현대가'간 대립구도로 전환될 전망이며 정명예회장과 김문희 여사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정 명예회장은 22일 서울아산 병원에서 열린 정인영 한라그룹 전 명예회장의 부인인 김월계(金月桂)씨의 장례식이 끝난 뒤 장례식장과 경기도 양평 장지에서 경영권 갈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정은 회장은 만날 필요가 없고 김문희씨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문제는 나와 김문희씨 사이의 문제"라고 못박은 뒤 "(일련의 나의 행동은) 정씨 가문의 가풍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의 경영권 갈등이 불거진 이후 정 명예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 명예회장은 "오늘 같은 날 너무한 것이 아니냐"며 답변을 거부하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정명예회장은 특히 "김문희씨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즉시 현 회장에게 넘겨줘야 한다"며 "그 다음에야 김여사와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카며느리인 현 회장에게 지분이 넘어와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정 명예회장은 `무슨 얘기를 나눌 거냐'는 질문에는 "김문희씨한테 물어봐라"며"당사자는 김문희씨인데 왜 (다들) 나만 공격하냐"며 최근 장외설전을 벌였던 김문희 여사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현회장에 대해서는 "그 아이(현정은 회장)는 우리 며느리로 그 아이랑 싸울 생각은 전혀 없으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감싸줘야 한다"며 "그 아이보다 더적게 살 내가 더 욕을 얻어먹는게 원칙"이라고 밝혀 현회장이 김씨 일가가 아닌 현대가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왜 조카며느리를 미워하겠냐. 나는 그 아이를 다독여야할 처지다"라며 "문제는 이번 사태를 그 아이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김문희씨에게 있으며 나는 그아이가 정씨 가문 사람으로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며 기다릴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명예회장은 이어 "이번 사태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늦으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빠르면 보름, 한달 사이에 매듭지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회장을 만나는 시기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김문희씨와) 정리가 되면 현회장과 만나는 한편 함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일 "엘리베이터 주식 매입은 적대적 M&A를 우려한 현대그룹 최고경영진의 다급한 요청으로 시작된 것으로 `상중에 주식을 몰래대량 매입했다'는 김문희씨의 주장은 모략"이라고 공격했으며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지분 매입은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반격, 양측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였다. 한편 현정은 회장도 이날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정 명예회장과 현회장은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채 서로 `대면'을 피했으며 다만 정 명예회장이 장지를 떠날 때현회장은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정진기자 hanksong@yonhapnews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