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LG카드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도에 큰 흠집을 내면서까지 22일 현금서비스를 또다시 중단했다. LG카드는 21일에도 3시간반 동안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 LG카드는 당시 "전산장애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사태가 재발됨으로써 유동성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LG카드 관계자도 전날과 달리 "은행에 예치해둔 잔고가 떨어졌다"며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주까지 현금서비스가 계속 중단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LG카드는 21일 교보생명이 만기가 된 LG카드 채권 3천15억원을 상환요청하면서 1차 부도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8개 전업카드사에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CP)과 카드채 등 총 부채는 3천5천200억원에 달하는 데 이중 LG카드가 62%인 2조1천900억원으로 가장 많다. LG카드는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으려면 다른 카드사보다 자금압박이 크다는 얘기다. 교보생명의 매출채권 3천15억원 이외에도 다음주에만 2천억원 규모의 CP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서 채권단의 지원없이는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그런데도 채권단과 LG그룹간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LG카드 지원조건으로 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까지 담보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LG그룹은 구본무회장의 사재담보 제공으로 충분하다며 버티고 있다. LG카드는 지원이 늦어지면서 점차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24일로 예정된 채권단과 LG그룹의 지원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LG카드의 위기는 카드업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3월 카드채 대란때 처럼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카드 이용자들의 결제일이 25일부터 27일까지 몰려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LG카드를 보유한 복수카드 소지자들이 다른 카드사로 몰리게 되면 다른 카드사들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기피로 카드채 거래마저 중단되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LG카드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카드업계 전체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카드는 10월말 현재 회원수와 자산규모가 각각 1천400만명, 24조8천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사태 수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LG카드 유동성 위기가 금융계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도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LG카드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지 않으면 카드업계 전체가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사태가 해결돼도 카드업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