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금융 당국이 앵글로 색슨계의 국제적신용평가업체들의 전횡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에 맞서기 위해 유럽이 공동으로 별도의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요헨 자니오 독일 금융감독원(BaFin) 원장은 21일 경제지 한델스 블라트 인터넷판에 실린 인터뷰에서 미국계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독일 지역저축은행(란데스방크)들에 대한 평가 방침에 반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자니오 원장은 독자적 신용평가기관 설립에는 비용이 많이 들 것이지만 장기적혜택을 감안,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 초기엔 각국금융감독 당국들이 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니오 원장은 또 S&P 등은 미국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난 뒤에야 엔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등 문제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감독이나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신용평가업체들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는한편 이들이 보편적으로 수용될 수 있고 구속력있는 원칙들에 따라 업무를 하도록해야 한다고 자니오 원장은 강조했다. 현재 국제 신용등급평가 시장은 미국계인 무디스와 S&P, 미국과 영국의 기업을합병한 피치 등 3개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자니오 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오는 2005년 7월 이후 11개 란데스방크들에 대한독일 정부나 지자체들의 신용보증이 없어지는 것과 관련 S&P가 이 은행들에 `가상의신용등급'을 매겨 발표하려는 방침을 비판하는 가운데 나왔다. S&P는 란데스방크의 무보증 채권에 대한 등급을 현재의 AA나 AAA에서 3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BBB- 등급으로 하향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S&P의 이같은 방침에 지난 며칠간 독일에서는 금융감독원이나 은행협회는 물론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까지 이례적으로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독일측은 란데스방크들이 정부의 채무보증이 철폐되기 전까지 경영상황을 조정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도 S&P가 말그대로 `가상의' 등급평가를 발표할 경우 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간의 정부 채무보증 철폐 합의문에 따르면 2015년 이전에만기가 되는 란데스방크들의 발행 채권들은 여전히 국가의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자니오 원장은 만일 S&P가 `가상 등급' 발표를 강행한다면 이는 "용인될 수 없는 최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다른 평가업체들도 이런 일을 시도하려 할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한편 이런 독일 측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S&P는 당초 24일 발표하려던 가상등급조정결과 발표를 최소한 6개월 이상 연기키로 했으며, 무디스는 애초 부터 `가까운시일 내에' 등급을 재평가할 계획이 없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