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의 당초 전망에는 못 미쳤지만 2.4분기에 비해 조금 나아져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3.4분기의 경제성장률을 들여다보면 특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온기를 불어넣고 있어 연간 3%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소비 위축이 여전한 데다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설비투자 감소 폭이 커졌고 정치 불안, 재벌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와 카드 부실 문제, 가계 대출 억제 등으로 분위기가 경색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 상황 수출 주도로 개선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로 한은의 당초 전망치인 2.7%에는못 미쳤지만 2.4분기의 1.9%에 비해서는 나아졌다. 한 때 3.4분기 성장률도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2.4분기를 바닥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일기 불순과 태풍 등 비경제적 요인 때문에 부진했던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이 모두 호조였다. 농림어업은 생산이 5.6% 감소해 2.4분기의 마이너스 1.4%보다 악화됐지만 제조업(2.2%→2.4%), 건설업(8.0%→8.3%), 서비스업(0.7%→1.8%)은 조금씩 호전됐다. 이에 따라 농림어업을 제외한 비농림어업의 3.4분기 GDP 성장률은 2.7%로 2.4분기의 2.1%에 비해 높았다. 이처럼 경제가 회복된 것은 수출이 예상외로 급증했고 이에 따라 제조업 등에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기 때문이다. 3.4분기 중 수출은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과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작년 동기대비 16.8%가 늘어 2.4분기의 10.2%보다도 증가율이 높았다. 특히 중화학공업제품 수출이 19.3% 늘어 수출 신장세를 이끌었다. ◆설비투자 감소 심각 하지만 소비와 설비투자 감소가 여전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향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민간 소비는 1.9%가 감소해 2.4분기의 2.2%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으나 전분기 비해서는 약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설비투자는 4.7%나 줄어 전분기(-0.8%)에 비해 감소 폭이 확대됐다. 이 같은 설비투자 감소 폭은 지난 2001년 3.4분기(-14.7%)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박승 총재는 20일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아 걱정이며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5%대로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과 고임금, 소비 위축, 정치 불안, 재벌들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기업인들이 투자 의욕을 잃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가가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소비나 투자 등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간 3% 성장 가능할까 3.4분기 중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서 연간 성장률 3%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제 회복,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고성장 지속 등으로 4.4분기 들어서도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의 수출은 25.7%나 늘어 1월의 25.8%에 이어 올 들어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이달 들어서도 20%대의 견조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4분기 성장률이 4.1%가 되면 한은의 전망치인 연간 성장률 3.1%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3.4분기 페이스라면 4.4분기 성장률이 4%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로 산출하고 작년 4.4분기는 성장률이 6.8%로 크게 높았던 것이 부담이어서 연간 3% 성장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영 한은 부총재보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농업 생산이 작황 부진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 큰 변수여서 아직 3%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상황 불안과 카드 부실 등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동요, 고유가, 부안 사태와 같은 집단이기주의, 노사 갈등, 대출 억제에 따른 가계의 자금 압박과 부동산 경기 추이, 미국과 우방에 대한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 등은 향후 경제를 억누르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