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장성 국제 금융 담당 차관을 지낸 '미스터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1일 아시아 경제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창설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이날 오전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 초청강연에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가 공동 위기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지난 1998년에도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AMF를 창설하자고 제의한 바 있으나 당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현재 한.중.일 3국의 외환보유액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외환보유액의 10∼15%씩만 떼어내 공동 기금을 만들면 통화 위기 관리는 물론 상호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하다면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미 중국의 값 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한국 및 일본의 응용기술력을 결합하는 민간 부분의 통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중국 위앤화 평가절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국의 금융자산부실 비율이 22∼25%에 이른다지만 실제로는 40∼50% 가량이 부실화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국영 기업의 상당수가 사실상 부도.파산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키카바라 교수는 "중국은 이런 취약 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 5∼6년간 7∼8%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야 하고 대규모의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여야 할 상황"이라며 "중국 당국도 위앤화 평가절상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1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에 대해 "80년대 일본 기업의 자산수익률이 12%였다가 90년대에는 5%, 작년에는 0%까지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수익률이 2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가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는 것에 반대하며 혐오스러운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신사참배를 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체 인구의 1%도 안된다"고 상기시켰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도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난 90년대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 대장성장관 특별고문, 국제 금융 담당 차관을 지내며 국제금융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미스터 엔'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