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오너 일가 지분의 담보 제공을 둘러싼 채권단과 LG그룹간의 벼랑 끝 대치로 LG카드 사태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LG카드 정상화 지원의 대가로 오너인 구본무 회장은 물론 그룹 특수관계인들의 지분까지 모두 담보로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고 LG는 이에 맞서 "더 이상내놓을 것이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강력히 반발하는 형국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LG카드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는 게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할 때 막후 절충을 통해 극적 타협점을 도출할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채권단 "오너 일가 지분 모두 내놔라" 구 회장이 사재를 내놓아 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채권단과 LG그룹간의 정상화 지원 협상은 `오너 일가 지분의 추가 담보 제공' 문제로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채권단은 당초부터 구 회장 개인의 ㈜LG 지분 5.46%와 함께 오너 일가인 특수관계인 94명의 지분도 함께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LG그룹과 LG카드를 `공동운명체'로 만들어 LG카드 정상화의 확실한 `안전판'을구축해 놓겠다는 의도에서다. 구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은 형식적으로 5.46%에 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머지 오너 일가의 지분과 연계해 그룹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구 회장 자체 지분만으로는 `구속력'이 약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특히 LG그룹 오너 일가 대다수가 LG카드의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구 회장과 함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채권단이 내거는 명분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경영권을 노려서 오너 일가의 지분을 담보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LG카드 정상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오전 11시 실무자 회의에서도 구 회장의 사재는 물론 오너 일가의 지분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LG "더 이상 곤란" 버티기 그간 채권단의 압박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LG측은 오너 일가의 지분까지 모두 내놓으라는 요구에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미 구 회장의 사재 담보 제공으로 충분히 `성의 표시'를 한 마당에 오너 일가의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으라는 것은 그룹 경영권 전부를 담보로 맡기라는 것이어서"도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LG그룹 관계자는 "10조원이 넘는 카드 매출채권에 LG카드와 LG투자증권 지분도모자라 그룹 총수가 지주회사인 ㈜LG 지분까지 제공한 상황에서 보따리를 더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더 이상 후퇴할 의사가 없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분명히 했다. LG측의 이 같은 반발로 이날 오전에는 채권단과 LG간의 대화 채널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LG는 그룹 경영권을 담보로 요구하는 채권단에 대한 반발로 구 회장의 사재 담보 제공을 골자로 한 확약서조차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치고 있어 사태가더욱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카드 유동성 위기 재연 우려 양측이 표면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지분 담보 제공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양상이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LG카드 사태 해결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특히 이날 오후까지 LG가 오너의 확약서를 내지 않음에 따라 신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더 이상 만기 연장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LG카드는 전날 만기가 도래한 4천억원의 채권을 일시적으로 만기 연장했으며 이날 도래하는 3천억원 규모의 자금도 결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만기 연장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LG카드는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없는 상황이다. LG카드가 이날 오후 3시부터 현금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채권단과 LG그룹간의 막판 힘겨루기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갖는 중대성이 워낙 크고 양측도 이 점을 감안해 금융감독원의 중재를 통해 막후 절충을 지속하고 있어 주말을 고비로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