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트리플 딥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수출 주도로 침체의 긴 터널을 벗어날것처럼 여겨졌던 우리 경제가 최근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와 비자금 정국으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 경기 호전으로 수출이 두 자리 수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확대로전이되기는 커녕 되레 괴리가 확대되는 시장 분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강호인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올 들어 우리 경제가 수출 주도로 두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 조짐이 가시화되는 듯 했으나 최근 시장 상황이 다시 한번 위기를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물류 파업 등 노사 분규로 한 차례 고비를 겪은 우리 경제가 9월에 태풍과 자동차 파업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고 이달 들어 비자금 정국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와생활 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지난 5월 67로 고점을 찍은 후 6월과 7월에는 각각 62.7과 62.1로 꺾였고 8월에 63.9로 다소 회복되다 9월에는 59.9로 수직낙하했고 10월 들어서는 62.7로 소폭 개선 조짐을 보였다. 두 자리 수의 수출 증가세가 내수로 전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불안 요인과 노동생산성을 뛰어 넘는 임금 상승 때문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생산성이 임금상승률을 밑돌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로 2001년 실질 임금상승률이 4.3%에 달한 반면 단위노동에 대한 산출량 증가분을 의미하는 노동생산성은 4.0% 증가에 그쳤고 2002년에는 실질 임금 상승률 10.4%에 노동생산성은 8.2%를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실질 임금 상승률이 6.3%에 달했으나 노동생산성향상은 3.7%에 머물렀다. 원화 절상 압력도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시아권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구조적으로 내재해 있어 우리 기업들이 환율 하락 요인을 기술 경쟁력 제고로 극복하지 않으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지난 17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소비와 투자 회복,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와 맞물리면 내년에는잠재성장률인 5%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그러나 내년의 성장 전망을 5.3%에서 4.5%로 낮춘다고 밝혔고 국제통화기금(IMF)은 4.75%를 전망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18일 전경련 주최 `2004년 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총선을 전후한 정치 혼선, 가계 부실 문제, 북핵 사태 등 대내외적 위험이상존해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순식간에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며 내년 성장 전망을 4.3%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우리 경제가 승차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내부의 노력과 함께 기업들의 의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인 정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수 있도록 카드와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인상이다. 김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우리 나라의 재정 여건이 가장 건전하기 때문에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할 여지가 많고 선진국 대부분의 금리가 1-2%인 반면 우리 나라는 3.75%이며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임을 들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조했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경제의 둔화; 꿈이 끝난 것인가, 일시적인 숨고르기인가'제하의기사에서 비관론자들의 견해를 부각시켰다. 신문은 올해 우리 나라의 가계 부채 위기는 금융기관들이 97-98년 위기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은행과 카드사들은 적절한 위험관리 없이 무분별하게 대출해 주는, 한때 기업 부문에서 범했던 실수를 가계에서 되풀이했으며 내년에 경제가 반등하지 못하면 많은 가계 대출이 부실화돼 금융권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