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AK캐피탈의 한보철강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자금력과 운영력을 갖춘 국내 철강업체에 우선 순위를 두고 내달 중 재매각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19일 "AK캐피탈이 매각 대금을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재매각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달 중 공개입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올해 한보철강의 영업이익이 8백억원에 육박할 전망이고 내년에도 철강경기의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매각 여건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우선 한보철강에 대한 출자전환을 실시,부채규모를 줄여 경영을 정상화한 뒤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AK캐피탈이 인수하는 것과 같은 조건으로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실시,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으로 AK캐피탈이 집어넣기로 했던 3억7천만달러를 채권단이 대신 넣는 방식이다. 한보철강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추가 운영자금 투입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6조7천억원 규모인 장부상 부채부터 줄여 재무구조를 먼저 개선시키자는 것이다. 자산관리공사는 내년부터 한보철강이 갚아야 할 만기도래 채무가 발생하고 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최소 1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방침을 집행하는 한보철강 매각 사무국도 연이은 매각 실패로 협상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다음달 당장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법원의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