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LG카드 정상화 지원 대가로 LG그룹 오너의 사재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이에 LG측은 버티기를 시도하는 등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채권단은 LG카드가 제시한 자구안에 더해 오너의 뼈를 깎는 정상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반면 LG는 곤혹감 속에 "더이상은 곤란하다"는입장이다. 이에따라 19일중 매듭될 것으로 보였던 채권단의 LG카드 정상화 지원안 마련작업이 20일로 넘어가게 됐으나 LG측이 납득할만한 답안을 들고올 지가 미지수여서 해법 도출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오너 사재 내놔라" 채권단 압박 LG그룹 오너인 구본무 회장의 정상화 이행각서 제출여부가 당장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날까지 LG측에 대해 구 회장이 서명이 담긴 자본확충 확약서와 개인지분 담보제공 각서 등 정상화 이행각서 일체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신규자금 2조원 지원의 대가로 보다 분명한 `보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구 회장의 LG카드, LG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지분만으로는 담보력이 크게부족하다는 입장까지 보이며 LG측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LG카드가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LG카드(3%)와 대주주인LG투자증권(0.12%) 지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정말로 정상화 의지를 내보이려면 다른 계열사 지분이나 사재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금융계열사 지분 이외에 지주회사인 LG㈜의 지분 4% 등을 보유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이처럼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LG카드가 10조원 가량 매출채권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실제 회수율을 감안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판단에따른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카드채권 회수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 담보로서얼마나 효력을 갖겠느냐"며 "실제 가치를 따져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이를 메울 수있는 오너의 개인지분 등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측은 이날 오후까지 뚜렷한 답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재를 담보를제공하는 것은 오너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채권단 내부 신규지원 놓고 갈등 LG카드에 2조원을 신규 지원하기로 한 채권단은 내부적으로 이견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채권액 기준으로 8개 은행에 지원 규모를 할당했지만 일부 은행들이 "채권액이 너무 많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별 지원 규모는 보유 채권 비율에 따라 결정돼 농협이 5천억원대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4천억원대, 산업은행 2천800억원, 우리은행 2천억원대, 조흥.하나. 기업.신한은행이 각각 1천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원 규모가 큰 농협과 국민은행 등은 채권액 산정이 잘못됐다며 우리은행측에 재조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농협과 국민은행은 여신잔액이나 위험 정도를 놓고볼때 2천억∼3천억원이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카드발 금융위기 큰 고비는 넘긴 듯 LG카드 문제로 채권단과 LG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큰 틀에서 볼 때카드발 금융위기는 채권단의 지원 결정과 대주주의 증자 등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경기회복 지연과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이 그 원인으로꼽히고 있음에도 불구, 올 초 두 차례의 강도높은 대책도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는점에서 대정부 불신감을 고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대주주 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카드대책을 3월17일과 4월3일 잇따라 내놓았으며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카드사는 하반기 이후에는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이러한 계획에 맞춰 카드사들은 증자 등을 진행해 왔으며 지금까지 LG카드의 경우 1조원, 규모가 비교적 적은 외환카드의 경우 1천106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그런데도 LG카드와 외환카드가 위기를 맞은 것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이 카드사용을 줄인데다 그나마 카드를 이용한 고객들도 돈을 제 때에 갚지 않고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토대로 대책을 내놓은데다 신용불량자 대책에서도 혼선을 빚어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즉 자산관리공사(KAMCO) 등의 원금감면계획이 알려지면서 빚을 갚지 않는 신용불량자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카드사들의 채권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로 연결됐다는 지적이다. ◇카드사 구조조정 가속화 계기 삼아야 LG카드는 대주주가 1조원을 증자할 방침인데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도 신규로 2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 일단 위기는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카드사의 열악한 경영상황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카드채 연장이나 신규발행이 어려워진 실정을 감안할 때 만기도래하는 카드채 규모가 자꾸 늘어나면 유동성위기가 다시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드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계기로삼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카드가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9월 국민은행에 합병된 것처럼 제2, 제3의구조조정 사례가 계속 이어져 시장의 신뢰를 빨리 회복해야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외환카드의 최대주주인 외환은행과 2대주주인 올림푸스캐피털, 그리고 외환은행의 1대주주인 론스타 등은 외환카드를 외환은행에 합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박성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