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른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과 2005년 출범 예정인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협상 외에는 모든 FTA 협상을 중단키로 공식 결정했다. 16일 멕시코의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페르난도 카날레스 멕시코 경제장관은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멕시코의 현 발전 단계를 감안할 때 이미 우리는 충분히 많은 FTA를 체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에 연간 2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선물하는 `효자시장' 멕시코와 FTA 체결의 중요성을 갈수록 체감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로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멕시코 경제부의 공식 성명인 데다, 그 배경으로 작용한 멕시코내 기업인들의 FTA 반대 여론이 확고한 만큼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한-멕 FTA 협상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발표가 최근 고건(高建) 총리가 멕시코를 방문해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FTA 체결을 위한 양국 정부 차원의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합의한데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폭스 대통령은 이날 볼리비아에서 열리고 있는 이베로 아메리카 정상회담에서 한 연설에서도 역내 교역확대를 강조했지만 개별 국가의 사정을 무시한무조건적인 시장개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폭스 대통령은 "(교역확대는) 신축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소국 및 빈국들의 사회, 경제적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경제부의 FTA 협상 중단 발표는 이달 초순 멕시코 경제 지도자들이 폭스정부의 각료들에게 자신들은 현재 체결한 FTA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 데 이어 나왔다. 그동안 멕시코 경제부문은 최소한 향후 2∼3년은 FTA 협상을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번 조치로 아직 멕시코와 FTA 협상을 시작도 하지 못한 한국은 물론이고 ▲FTA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아르헨티나, 싱가포르 ▲파나마, 파라과이, 벨리즈, 페루,에콰도르 등 협상을 막 시작한 6개 남미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 멕시코와의협상 개시를 원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32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멕시코로서는 조만간 일본과도 FTA 체결을 끝내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이른바 세계 `빅3 경제권'과 모두 FTA를체결한 유일한 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멕시코는 칠레,코스타리카, 볼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우루과이 등과 FTA를 체결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10주년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NAFTA로 인해 놀라운 교역증대 효과를 목격한멕시코는 이후 대외 개방정책을 통해 FTA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근년들어NAFTA 효과는 `중국 복병'으로 효력이 크게 감소한 데다, FTA를 체결한 다른 국가들과도 무역적자액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의 북미지역 수출액은 NAFTA 이전인 1993년 440억달러에서 지난해 1천460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북미를 겨냥한 멕시코의 수출역군이었던 마킬라도라(보세 임가공 수출입공단) 입주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멕시코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의 저가품 공세에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15개 회원국과도 지난 2000년 FTA를 발효했지만 갈수록 멕시코측의 손해만 커지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EU 수출액이 52억1천만달러로 1999년에 비해 불과 1천200만달러 밖에 수출액을 늘리지 못했다. 반면 EU는 같은 기간 37억달러에서 164억4천만달러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對) 멕시코 수출액을 늘렸다. 무역흑자를 보던 EU에 대해 FTA로 인해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10개 국가가 추가되면 EU와의 무역적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FTA를 체결한 칠레와의 교역에서도 멕시코는 지난해의 경우 수출액이 약 2억6천만달러로 10년전의 수출액 1억9천970만달러에 비해 증가액이 극히 미미한 수준인 데비해, 같은 기간 칠레의 대(對) 멕시코 수출액은 1억3천만달러에서 10억달러로 큰폭으로 늘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