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그룹이 범 현대가 기업의 지분을 제외하고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31.25%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KCC그룹이 곧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아 직접 경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해 놓고도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칫 혼선이 발생하거나 여론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발표를 서두르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KCC 정종순 부회장은 1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대그룹의 정상화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며 "KCC는 대주주로서 현대그룹 정상화를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측이 이날 KCC의 발표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 계열편입 시간문제


KCC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보유현황을 공표한 것은 사실상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KCC 계열사와 정상영 명예회장이 그동안 매집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31.25%.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정 주식 취득자와 그의 지배회사, 계열사의 지분이 전체 주식의 30% 이상이면서 동시에 최대주주인 경우 계열에 편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KCC는 한국프랜지 현대종합금속 등 6개 현대가 계열사의 지분에 의지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현대그룹을 계열에 편입할 수 있는 지분율 요건을 갖춘 셈이다.


KCC 김문성 상무는 "이날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현황을 증권감독원에 신고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도 현대그룹 보유지분 내역을 보냈다"고 말했다.



◆ 경영권 행사 어떻게 하나


KCC가 현대그룹 경영권 확보를 공론화한 만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을 직접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로서 역할을 강조하면서 경영에 문제가 있으면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던 그간의 자세와는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고주석 KCC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 현대그룹 계열사의 인사 문제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황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KCC는 조만간 현대그룹 가신들을 축출하고 그룹을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아서 그룹 회장에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과거 현대그룹 내에서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일부 인사들의 이름이 그룹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상영 명예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정은 회장의 위상에 대해서 KCC 정종순 부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며 "현대가의 며느리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 전체가 아닌 엘리베이터 경영에만 참여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 높아진 KCC 위상


KCC의 자산 규모는 2조6천7백20억원(지난 4월1일 기준)으로 재계 서열 37위다.


KCC가 재계 순위 15위(자산규모 10조1천6백억원)인 현대그룹을 계열로 편입하면 자산 규모 12조8천3백20억원인 재계 순위 14위 그룹으로 부상하게 된다.


KCC 관계자는 "규모가 커질 뿐 아니라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어받는다는 명분까지 얻게 돼 현대가 계열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에 나선 이후, 범 현대가 기업들은 현대그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가지 법적 규제를 받게 된다.


특히 자산 규모가 2조6천7백20억원에서 12조8천3백2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내년 4월 출자총액규제 기업집단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어 상호출자한도를 넘지 않도록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조정해야 하는 등 부담 또한 적지 않다.



이익원ㆍ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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