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고려화학(KCC)이 사실상 현대그룹을 계열편입함으로써 향후 현대그룹이 어떻게 바뀔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CC는 14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44.39%를 확보함에 따라 대주주로서 지위를 굳혔으며 향후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KCC측은 현정은 회장 체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엘리베이터 회장으로만 국한하고 상선과 택배, 아산, 증권 등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서는 직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CC는 엘리베이터와 아산을 계열 분리시키고 상선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정은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불신이 깊어 늦어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퇴진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며, 그 전에 현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정상영 명예회장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진 가신그룹의 거취도 관심이다. ◆현정은 회장 퇴진하나= KCC는 "현 여사도 현대가의 며느리로 현대가의 일원"이라며 일단 현정은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경험이 없는 현 회장에 대한 불신이 높은데다 최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알려져 퇴진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 회장이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만나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만날 이유가 없다'며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CC측은 '삼촌이 조카(정몽헌 회장) 회사를 적대적 인수.합병(M&A)'했다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해 당분간은 현 회장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현 회장 퇴진을 위한 적당한 시기와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가 안팎에서는 늦어도 내년 3월 주총에서는 현 회장의 퇴진이 공식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그 이전에 현 회장이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설사 현 회장이 회장직을 계속 유지한다 할지라도 엘리베이터에 대해서만 일정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뿐 그룹 회장으로서의 지배력은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룹 더 쪼개지나=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을 계기로 자동차와 중공업등 핵심 계열사들이 떨어져나간 현대그룹에서 KCC 계열편입을 계기로 일부 계열사들이 추가로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분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현대아산이다. KCC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며 대북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될 것"이라면서 "정부와 협의해 대북사업의 앞날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계열 분리 의지를 밝혔다. KCC는 현대상선의 현대아산 지분을 처분함으로서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정 명예회장 측에서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현대아산지분을 처분하라는 요구를 해온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KCC의 의도대로 현대상선이 현대아산의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현대아산 지분을 갖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과협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여 원만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엘리베이터도 계열 분리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KCC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엘리베이터를 계열 분리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베이터를 계열 분리해 현정은 회장에게 경영권을 주는대신 KCC는 엘리베이터가 가지고 있는 상선 지분(15.16%)을 인수해, 상선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한다는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KCC측이 현대상선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알려져있다. ◆가신그룹 거취 주목 = 강명구 현대택배 회장 등 고 정몽헌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 경영진의 거취도 세간의 관심거리다. 정 명예회장이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경영진을 포진시킬 경우 조만간 가신그룹으로 불리는 현 경영진의 물갈이 등 인사 후폭풍이 불어닥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정 명예회장은 일부 가신들이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을 위기로 몰아넣는 역할을 해 왔다고 보고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현대가 안팎에서는 일부 경영진의 사퇴 내지 해임 임박설도 나돌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거취를 놓고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인사들이 구체적 이름까지 거명되며 전문 경영인으로발탁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