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출국 시한(15일)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집단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일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접고 2명의 불법체류자가 목숨을 끊은 12일 오후 3만여명의 외국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은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더욱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출국대상인 입국 4년차 이상 불법체류자 대부분이 귀국을 포기한 채 그동안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단속을 피할 피신처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또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3년 이하자들 역시 구직 마감시한은 앞두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I(31)씨는 "아직 충분히 돈을 벌지 못했고 지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귀국을 포기했다"며 "우리는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했고 기술도 좋아 사장님들도 좋아하는 데 왜 우리들을 쫓아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제출국 조치를 원망했다. 중국 조선족 이모(40.여)씨는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일자리가 좋으면 월급이 적고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을 상대로 방을 임대해 생계를 유지했던 원곡동, 선부동 일대 100여개 고시원 업주들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평소 20∼30개의 방을 풀 가동했던 이곳 고시원들은 최근 들어 하루에 서너 개씩 방을 비우는 외국인들로 인해 임대율이 30∼40%에 불과하다. 원곡동 고시원연합회 이정섭(57) 회장은 "강제 출국시한을 앞두고 주고객인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대거 방을 비우고 있어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선불로 방값을 냈으나 최소 보름치 이상을 돌려받지 못한 채 황급히 어딘론가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급히 떠나면서 인근 다세대.다가구 주택 주인들과의 보증금 반환 시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임대 계약일까지는 아직 많은 시일이 남았지만 이들이 급히 출국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한꺼번에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자 김모(55)씨는 "최근 들어 고시원이나 다가구주택에 살던 외국인들이 많이 빠져나갔으나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불법체류 근로자들을 많이 고용했던 반월.시화공단 업주들은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H산업 사장 이모(42)씨는 "종업원 10명 가운데 5명이 불법체류 외국인인데 이들이 공장을 모두 떠나야 하기 때문에 16일부터는 공장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며 "이들을 대체할 내국인은 고사하고 4년 미만 외국인들도 구할 수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숙련공은 모두 내보내고 초보자만 받아들이는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용허가제가 성공하려면 국내에 있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서 불법체류자를 더 이상 양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