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12일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그룹 회장임을 천명, `그룹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 관심을 끌고있다. 이번 입장 발표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 그룹에 대한 경영권 장악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발언의 배경과 파장 등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현대그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제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미망인에서 고인이 남긴 유지를 이어받는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다시 새롭게 일어났다"며 단순히 엘리베이터 회장이 아닌 그룹 회장임을 강조했다. 현 회장은 글 마지막 부분에서도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드림'이라고 명시했다. 현 회장은 특히 "본인과 현대그룹 임직원 모두는 남북경협 등 고인이 남긴 뜻을 계승 발전시켜 현대그룹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그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서도 더욱 깊은 격려와 애정으로 성원해 주시길 바라겠다"고 호소했다. 이에앞서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은 지난 9일 입장발표에서 현정은 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지원하되 정 명예회장과 범현대가의 현대그룹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대주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섭정'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하며 발표문 곳곳에서 현 회장을 엘리베이터 회장으로 명기, 현 회장을 그룹회장이 아닌 엘리베이터 회장에 국한시키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이번 입장표명은 남북경협 부분 등을 강조, 국민여론에 대한 호소를 통해 미망인으로서 그룹 회장직 계승의 정통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미 정상영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가 40%의 지분을 확보 한 반면 현 회장측은 추가 지분매입 여력이 없는 상태여서 현 회장쪽에 힘이 실리기는 위해서는 국민여론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지난 17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뒤 몇 차례에 걸쳐 접촉을 시도했으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회장의 이번 입장표명은 정 명예회장측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정 명예회장측과 범현대가의 대응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KCC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현 회장의 발표에 대해 뭐라 딱히 입장을 발표할 상황이 아니며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측은 시간을 갖고 조율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정진기자 hanksong@yonhapnews transi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