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의 마크 볼러 교수팀은 최근 유전자를 조작, 백신이 통하지 않는 천연두 바이러스인 ‘마우스팍스’(Mousepox)를 탄생시켰다. 마우스팍스는 쥐에게만 감염되는 천연두 바이러스. 마우스팍스에 감염되면 백신을 맞은 쥐도 100% 사망한다. 볼러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까지 만들었다. 볼러 교수의 연구에 대해 일부에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실험 도중 마우스팍스를 보유하고 있는 실험용 쥐가 연구실을 탈출하거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전혀 필요가 없는, 오히려 없어져야 할 슈퍼천연두를 만들어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볼러 교수가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위험한 연구를 하는 이유는 ‘바이오테러’(Bioterror)를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ㆍ11테러와 탄저균 소동을 겪은 후 바이오테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테러는 수천수만의 민간인을 한순간에 몰살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형태의 테러보다 치명적이고 잔인하다. 바이오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우려가 과학자들을 바이오테러 관련 연구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테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정부 지원 영향이 크다. 미국 정부는 9ㆍ11테러 이후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바이오테러 관련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바이오테러와 관련해 최근 2년새 20억달러를 썼다. 바이오테러 지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바이오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다. 다른 하나는 바이오테러가 발생했을 때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이다. 미국 대학 연구소들은 정부의 바이오테러 지원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학 연구소 상당수가 각종 지원을 받아 바이오테러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지원 덕에 바이오테러와 관련 있는 바이러스 연구가 때아닌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특히 보스턴대학과 텍사스대학을 비롯한 11개 대학에 바이오테러 관련 연구소를 설치하고 총 1억2,000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바이오테러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 바이오테러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병원시설을 늘리고 바이오테러 관련 인력교육을 강화하는 데 정부 지원금이 쓰이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테러 지원금 덕에 관련분야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이오테러에 정부 지원이 몰리면서 정작 중요한 국민보건분야 지원이 소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에 쓰여야 할 돈이 바이오테러 연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테러분야와 대조적으로 국민보건분야는 정부 보조가 줄어 고전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의 경우 국민보건 관련 예산이 최근 2년 동안 30%가 줄었다. 학교보건 프로그램 예산이 지난해 3,800만달러에서 올해 1,300만달러로 줄었고, 금연 프로그램 예산은 무려 97%가 축소됐다. 그렇지만 바이오테러와 관련한 천연두, 탄저병 연구지원은 2,100만달러가 늘었다. 바이오테러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테러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9ㆍ11테러 이후 바이오테러 희생자는 5명에 그쳤다. 그나마 테러리스트의 소행이 아닌 미국이 일으킨 범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 한해 동안 암과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무려 150만명에 달한다. 바이오테러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zeneca@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