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19조원 어디에 쓰이나 농림부 계획안에 따르면 총 1백19조원 중 내년부터 2008년까지 지원될 50조5천억원은 정부의 중기 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된다. 이 동안의 투·융자 규모는 연평균 7.8%씩 늘어나 2004년 8조4천억원에서 2008년에는 11조4천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향후 5년간 투·융자 분야별로는 전업농 중심 재편 등 농업 구조조정 및 체질 강화에 총 18조4천억원(36.5%)이 지원된다. 또 △농가 소득 및 경영안정 강화에 12조9천억원(25.6%) △농민 연금 및 건강보험 지원 확대를 비롯한 농촌 복지 및 지역개발에 9천억원(12.2%)이 각각 지원된다. 반면 그동안 집중 지원 대상이었던 경지정리 등 농업생산 기반 확충 예산은 크게 줄어 그 비율이 올해 33%에서 2008년에는 12%로 낮아진다. 농림부는 이와 함께 올 연말까지 '농촌 지원 10개년 세부계획'을 확정,농지은행을 설립해 농가 토지와 논밭을 도시민이 쉽게 매입할 수 있게끔 중개기능을 강화하는 등 농지의 소유 및 이용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또 평균 경작지 6ha 이상의 전업농이 전체 쌀 생산의 50%를 맡게 하는 등 전업농 육성에도 주력키로 했다. ◆농촌지원 발상 전환 필요 이번 1백19조원의 투·융자 규모는 지방비와 조합비 등 농민 부담분을 뺀 순수 국고 지원분으로 지난 92∼2002년 순수 국고 지원 투·융자 규모(62조원)보다 92% 늘어난 액수다. 그러나 그동안의 농업지원자금이 농업시설 투자와 기업농 육성,유통개혁과 같은 구조 개선용 예산보다는 농가의 부채 탕감과 소득을 보전해주는 예산으로 전락해왔던 점을 비춰볼 때 효과적인 농업구조조정 정책이 자금 지원 계획에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농가 부채는 정부의 천문학적 부채경감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95년 호당 9백20만원에서 지난해 1천9백9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농가부채를 늘리는 식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자금 지원을 지양하고 △농촌인구는 늘리되 농업인구는 소수정예화하며 △쌀 등 기본 농산물은 기업화로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