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올들어 독일에서 가장 높은 판매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독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는 9일 `한국 차가 몰려온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현대, 기아, 대우 등 한국 자동차들이 갈수록 독일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FR 외에도 최근 며칠 동안 독일 주요 신문 잡지들은 "독일 진출 10년이 된 한국자동차 업계가 올들어 약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3사의 지난 9월 말 까지 독일 내 판매량은 모두 5만5천대로 작년 동기 대비 42%나 늘었다. 물론 이는 시장 1위업체인 폴크스바겐의 9월 한 달 간 판매량(5만1천대)에 불과한 것이지만 외국 자동차 업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신장률이다. 한국 자동차 판매 급증은 우선 값이 싸면서도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기본 설비들을 갖추고 있어 장기 침체된 경제 상황 속에서 절약을 최우선시하는 소비자 심리에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FR은 분석했다. 예컨대 대우 경차 마티즈는 7천950유로(약1천80만원)인 반면 폴크스바겐의 동급차량 루페는 이 보다 2천유로(약270만원) 비싸다. 또 중형차인 기아 소렌토는 2만4천170유로이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사 제품은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싼 것이 4만유로가 넘는다. 가격 외에도 한국 업체들이 그동안 독일인들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판매망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점도 한국산 자동차의 급신장세 배경이라고 FR 등은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들은 한국 자동차는 값이 싼 반면 내구성 등 품질 면에서는 아직 독일 등 세계 유수 업체 제품에 비해 뒤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고후 3년된 중고차 값이 대우 마티즈의 경우 신차 가격의 57%, 현대 쿠페는 54%, 대우 레초 1.6 SX는 49%에 불과하다. 독일 최대이며 최고 권위의 자동클럽 ADAC의 고장률 통계에 한국 자동차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통계는 연 1만대 이상 판매된 차종 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하르트 엘크만 자동차수입업협회 대변인은 "지금 한국차가 몰려오고 있으며, 앞으로는 독일 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FR은 전했다. 한편 국내 자동차 3사는 올들어 8월 말 까지 유럽에서 작년 동기 대비 19.6% 늘어난 38만645대를 판매했다. 업계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이후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보다 25% 많은 60만대로 높여 잡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연구개발(R&D) 센터를 개관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으며, GM대우는 스위스 취리히 소재 유럽본부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강화하는 등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