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취임 후 숨가쁘게 진행됐던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이 9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현 회장 체제 유지' 선언으로 일단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과 관련, 정 명예회장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고 정몽헌회장의 사후 현대그룹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부터. 정명예회장은 지난 8월 8-10일 사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외국인 지분율이 0%에서 11.48%로 급등하자 `범현대가' 계열사 9곳을 동원, 엘리베이터 16.2%를 사들이는 등 경영권 방어작업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어 KCC는 같은 달 19일 현대상선 주식 2.98%도 매입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의 현대그룹 섭정 의지 발언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그는 곧 CC를 통해 `그룹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때까지만 해도 외부에 비춰진 정명예회장의 모습은 고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 여사 등 유가족과 현대그룹을 지켜주는 후견인이자 `든든한 백'이었다. 그러나 10월초부터 정 명예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인 김문희 여사(정몽헌 회장의 어머니), 현정은 여사간의 마찰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정씨 일가'와 `처가'간의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은 현 여사측에 그룹 경영권을 `정씨 일가'에 넘기고 계열사 하나를 분리해 가져가라고 제안했으며 김문희 여사가 이를 거절, 갈등이 고조됐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정 명예회장이 `가신그룹이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가신 청산을 요구했지만 현여사 측이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풍문도 있다. 현대가 일각에서 기업 경영 경험도 없고 정씨 피가 섞이지 않은 현씨가 그룹을 맡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소문도 현대가를 중심으로 꾸준히흘러나왔다. 실제로 정명예회장은 당초 유가족과 함께 지난달 6일 평양에서 열린 `정주영 체육관' 개관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시작 불과 며칠전 돌연 참석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그룹은 지난달 21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 현정은 여사를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전격 선임, 본격적인 현회장 체제에 가동했고 당시 현회장은 `정 명예회장과 계속 상의해 그룹을 이끌겠다'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현회장이 100일 탈상인 이달 중순 후에나 전면적인 대외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당초 입장과 달리 현회장의 취임을 한달 가까이 앞당긴 것에 대해 정명예회장측의 `대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이뤄진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또 현대가에서는 현회장 취임은 현대가문의 충분한 합의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정명예회장의 뜻에 동조하는 범현대가가 이달 4일 BNP 파리바 투신운용을 활용,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사들인데 이어 7일 KCC가 7.5%를 추가로 매집,정명예회장측이 지분 40%대를 확보하고 전면적인 경영권 인수전 태세에 들어가면서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맞서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 4.9% 중 2%를 처분, 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정명예회장의 담보빚을 갚기로 하는 등 방어에 나섰지만 지분면에서 현회장측이 절대적 열세였던 만큼 정 명예회장측의 `압승'이 임박한 상태였다. 정명예회장측은 여론 등을 감안, 9일 전격적으로 "현정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일단 한발 물러서 양측의 경영권 다툼은 `숙부의 난' 직전에 표면적으로는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이 대주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표명, 사실상의 섭정 체제를 선언함에 따라 경영전반에 대한 견제와 향후 가신그룹으로 대표되는 현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아직까지도 불씨는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조만간 현회장은 정명예회장과 만난다는 계획이어서 양측이 그동안의 오해와 앙금을 풀고 다시 의좋은 `시아주버니'와 `조카며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