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와 재계가 정면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다. 65세 정년을 의무화하겠다는 후생노동성의 방침에 재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기때문이다. 경제계는 정년 연장은 정기승호를 폐지하고 능력주의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간업계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논쟁은 사카구치 지카라(坂口力) 후생노동상이 지난달 "60대 전반의 근로의욕이 있는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면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든가 계속 고용을 의무화할 방침" 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 회장이 먼저 반기를 들었다. 오쿠다 회장은 "대부분의 기업은 인력감축계획을 포함해 중기경영계획을 수립중"이라며 "이를 근본부터 뒤엎으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연금 재원부족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도 올리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고령화 비용을 기업에 전가시키려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기타시로 가쿠타로(北城恪太郞)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가 즉시 오쿠다 회장을 거들고 나선데 이어 야마구치 노부오(山口信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6일 정년연장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마구치 회장은 "중소기업은 고통스런구조조정을 한창 진행중"이라면서 법률로 정년을 정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3대 경제단체가 일제히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셈이다. 관(官) 우위가 엄연한일본사회에서 민간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기'를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재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정부가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키로 한 것은 현재 61세인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늦추기로 한 계획에 따라 발생하는 수입의 공백기간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후생연금은 가입 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되는 정액부분과 현역 시절받는 보수에 비례해 금액이 결정되는 보수비례부분으로 구성된다. 이중 보수비례부분은 60세부터 지급되지만 정액부분은 지급시기를 늦추기로 한계획에 따라 현재 61세부터 지급이 시작되며 2013년까지는 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더 늦추기로 돼 있다. 현재 60세인 보수비례부분 지급 개시 연령도 2025년까지 65세로 늦출 계획이다. 현재의 60세 정년제가 유지되면 연금이 나오기 시작할 때 까지 연금도 급여수입도 없는 `무수입'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자녀를 적게 낳는 쇼시카(少子化)와 고령화로 젊은 층의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사태를 막자는 의도도 없지 않다. 후생노동성은 연내에 결론을 도출해 내년초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사카구치 장관도 `눈 앞의 문제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20-3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며 65세 정년제를 밀어 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년을 한번에 65세로 올리지 않고 기업사정에 따라 경과조치를 둘 수도 있다'며 재계를 달래고 있지만 재계는 `고용연장문제는 개별기업의 노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법제화 반대를 고수하고 있어 법안제출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곡절이예상된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