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공식 보고서를 통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의 거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은 5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국 부동산의 실질가격 지수가 2001년 오르기 시작해 작년부터는 전국 아파트의 실질가격이 1989년 이후 14년간의 장기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9월 현재 강남 아파트의 평당 실질가격(1천8백20만5천원)은 장기 평균가격(9백91만7천원)의 1.8배로 1991년 5월의 1.4배를 크게 웃돌았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서울 아파트의 평당 실질가격(1천26만9천원)이 장기 평균(7백45만원)을 상회해 1980년대 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며 "전국 실질가격(5백26만9천원)보다 특정 지역(강남)이 높은 것은 주거 환경, 주택 수급 등 가격차별화 과정이 반영된 것이지만 동시에 거품 존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한은에선 박승 총재가 부동산 과열 부작용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중앙은행으로서 공식 보고서에 부동산 거품 우려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1980년대 말에 비해 아직 낮지만 작년 이후 서울(특히 강남)은 장기 평균을 넘어서 가계가 체감하는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자본 이득이 전혀 없는 아파트 전세가격이 작년 4분기 이후 안정세임을 감안할 때 최근 아파트값 급등은 주택 수급보다 매매차익을 겨냥한 투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의 3.2배에 달해 1991년 상반기 최고치(3.4배)에 육박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 하락할 경우 △가계 채무상환능력 약화와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자금운용상 제약 등 은행 경영의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