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경제담당 부국장 jkj@hankyung.com 경기도 나쁜데 부동산은 왜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전문가를 자처하기 때문에 투기를 잡는 방법과 묘수 또한 넘쳐난다. 사실 교육이나 정치, 부동산에 대해서만은 모든 국민이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내수경기를 부양한다며 온갖 통제장치들을 풀어왔고 건설경기 부양이 심지어 실업대책으로까지 동원된 결과가 오늘날의 부동산 거품일 것이다. 물론 ‘거품’이라고 말한다면 진정 섭섭하게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1억원 연봉을 받는 사람이 발길에 차일 정도로 많은데 10억원짜리 아파트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어느 정도를 주택가격의 적정선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언제나 논란이다. 강남 부동산 가격의 40%가 거품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불과 3년 전만 해도 강남 부동산은 심각한 저평가 상태였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주택가격이 연소득의 10배라면 비단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은 다른 계산도 가능하다. 10억원의 예금이자는 금리를 4%로 잡더라도 한달에 300만원을 밑돈다. 연봉 1억원이라면 이를 금리소득으로 따지자면 거의 30억원에 맞먹는 거금이다. 로또에 당첨돼 30억원을 받아보았자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원 소득자와 별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아파트 가격이 이토록 치솟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만은 하다. 로또 당첨자가 강남 아파트 한채 정도는 사야 하지 않을까(실제로 로또에 당첨된 모 전직 경찰관이 타워팰리스로 이사 갔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에서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연소득의 통상 3배를 주택구입비의 상한선으로 인식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연소득의 5~6배 정도를 상한선으로 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전문가들은 연소득의 8배를 주택가격의 적정선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아마 지난 2년여 동안 지속돼 온 저금리 체제를 염두에 둔 분석결과일 것이다. 연소득의 8배라면 1억원 소득자가 8억원 정도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금리의 함수라고 하겠지만 얼른 계산해 본다면 강남의 주택가격을 이로써 합리화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봉 1억원은 길거리에 널려 있거니와 연봉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십만명에 이르는 의사, 변호사, 주요 기업체 임원, 자영업자들을 감안한다면 그들이 밀집해 사는 강남 아파트가 한채에 10억원이 아니라 20억원, 30억원에 이른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다. 연봉 1억원이 길거리에 널렸다고 하면 화를 낼 사람도 많겠지만 KBS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9,000만원대라고 한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대선자금 문제로 정치파문의 핵으로까지 떠올랐던 SK의 연봉(물론 전체직원 평균)이 6,000여만원에 이르는 정도이고 보면 월급쟁이가 이 정도인데 사업가들이며 고소득 전문가들을 감안하면 1억원 소득은 발에 차이고도 남음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그들은 그들이고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의 가격이다. 강남은 그들의 가격이 따로 있다고 치더라도 요즘은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웬만하면 분양가조차 평당 1,000만원을 쉽게 넘어서고 있으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금리수준에서는 평당 1,000만원도 견딘다 하겠지만(그것도 한시적으로) 장차 금리가 조금만 높아지게 되면 모두가 거품으로 변해갈 터인데 그것이 진정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