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늘 안주는 '회사기밀'이었나요?" "비워지는 술잔,유출되는 회사기밀" "내 컴퓨터 한번 더 확인하면 정보유출 제로(0)됩니다." "당신의 수다속에 새나가는 회사기밀" 삼성SDI가 임직원들의 보안의식을 높이기 '보안어사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전사업장에 붙여놓은 포스터의 표어 내용이다. 보안어사제란 분기별 정기 보안감사에서 최우수 부서로 뽑힌 부서의 부장급 간부가 사장이 직접 준 어사패를 갖고 각 부서를 불시에 방문하는 것. 보안상태를 기습 점검해 문제점이 적발되면 징계 처분까지 내리는 절차가 암행어사를 꼭 빼닮았다. 산업계가 정보보안을 위한 '문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사태로 정보의 외부 유출에 위기감을 느낀 업계는 최근 정치자금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빗장을 더욱 단단히 걸어잠그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SK사태 이전에도 기업들은 정보 지키기에 힘써 왔지만 정치자금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국에서 모든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정보단속 분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LG필립스LCD는 최근 'WISS(World No.1 Information Security System)'를 오픈했다. 이 회사의 모든 문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암호화된다. 따라서 e메일을 통한 정보의 외부유출이 완벽하게 차단되고 문서의 생성에서 출력까지 모든 작업이 모니터링된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회사 내에서 사용되는 임직원 및 협력업체의 모든 PC와 노트북PC를 외부로 반출시키려면 해당 부서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와 각종 저장매체(플로피디스크 메모리카드 등)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정보유출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사태의 당사자인 SK그룹은 올해부터 계열사별로 정보보호 지침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SK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은 각 팀내에 정보보호 담당자를 지정하고 최고정보책임자(CIO) 및 정보보호 담당자를 대상으로 보안수준 향상과 관련된 주제의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도 특히 보안에 신경쓰는 기업.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은 신분증을 갖다 대야만 출입이 가능한 게이트가 설치된 지 1년이 넘었다. 올 7월부터는 4대의 X레이 검색대가 설치돼 정보유출에 대비한 철저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대량의 정보를 올려 외부인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웹하드에 직원들이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관련 사이트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회사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직원들이 개인소유의 노트북PC를 사용할 경우 부서장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인터넷 메신저를 사용할 경우 일반적인 대화작업 외에 회사내부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작업은 실행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설정했다. 상사업계도 보안 강화 바람의 예외가 아니다. 삼성물산은 보안통합프로그램을 운영,모든 컴퓨터에 시스템 패스워드와 공유폴더 패스워드를 설치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