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무원들은 '내가 아니면 국민,기업을 누가 살피랴'는 우월의식부터 버려야 한다"며 관료조직과 정부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3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기능하는 것이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관행 개선이나 규제의 혁신적인 철폐 없이는 제조업의 탈출과 산업공동화를 막을 수 없다"며 "삼성이 고부가가치 산업인 노트북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의미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얼마 전 홈쇼핑에서 이민상품이 매진돼 화제가 됐는데 한 사람이 이민 가면 국내에는 일자리가 하나 생겨나지만 기업 하나가 나가면 일자리가 수백수천개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로드맵을 노사정위원회에 회부해 논의한다지만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제 정말로 정부의 기업을 대하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 변신을 촉구했다. 그는 "경영에 관한 세부적인 문제는 기업 스스로에 맡기고 정부는 큰 틀에서 정책을 다뤄야 할 것"이라며 "쉬운 말로 기업은 전투를 하게 하고 정부는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민간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도의식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앞장서기에는 우리 경제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선진국 경기회복으로 인한 훈풍이 불어온다지만 국내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는지는 의문"이라며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미국의 앨라배마주가 현대차를 위해 제공한 지원책과 같은 열정과 열린 정책"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근본적인 노사관행 개선과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