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30일 중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중에서 환율을 조작했다고 볼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국제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올해 모두 달러화를 사들였지만 "이들중 어떤 나라도 `환율 조작'으로 볼 수 있는 기술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 제조업체들은 중국의 고정환율제로 위앤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미국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이로 인해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270만개가 줄었다고비난해왔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최근의 경제 및 환율 상황만 적시했을 뿐 한국의환율시장 개입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환율문제를 제기할 것임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미 달러화에 비해 낮게 유지함으로써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환율조작국이 없다는 재무부의 이같은 보고서는 환율 문제를 정면으로 풀기보다는 외교를 통해조용히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경쟁법에 따라 환율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기시작했으나 지난 1994년 이후 어떤 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적된 나라들과는 환율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협상에들어가야 한다. ▲한국 = 이 보고서는 "한국은 2003년 상반기에 5년만에 처음으로 불경기에 들어섰다"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2.4분기에 2.9% 감소해 1.4분기의 1.6% 감소에 이어 계속 GDP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한국의 2003년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1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39억달러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면서 "자본 및 재무회계 거래 수지는 금융자산 및 다른 투자 유입의 결과로 거의 30억달러 증가를 기록했으며 공식적인 외환보유고는 102억달러 증가한 1천317억달러가 됐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올해 상반기에 한국과의 쌍무 무역에서 54억달러의 적자를기록했음을 지적하며 "원화는 2003년 상반기에 순가치가 0.8% 하락했으나 최근 몇달동안 오름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원화가 일본 엔화에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 미국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의 고정환율제에 대해 "이 정책은 중국같은대규모 경제에 적절하지 않으며 변화돼야 한다"면서 "미 행정부는 중국과 직접대화를 통해 중국측에 변동환율제도로 움직일 것을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이 문제에 대해 중국과의 진지한 접촉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기술협력프로그램이 재무장관과 중국 중앙은행 총재의 지도아래 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의) 변동환율제로의 이전에 필요한 시장 메커니즘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스노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고위 관리들과환율정책을 포함한 금융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환율에서 유연성을 확대하면 중국이 낮은 인플레와 성장에도움이되는 통화정책을 더 큰 범위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변화는 국제무역체계가 자유무역,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 및 시장에 기초를 둔 환율 등의 시스템 아래서 최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리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 이 보고서는 일본에 대해서는 시장 개입을 지적했지만 직접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일본 통화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은 2003년 상반기에 모두 590억달러에 달했으며 7,8월에 계속해서 227억달러의 추가개입이 있었다"면서 "재무부는 일본과 쌍무적으로 또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회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2월의 4천510억달러에서 지난 6월에는 5천270억달러로 17%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상원 청문회 = 존 스노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을 더 유연하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대화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전체적인 국제경제전략의 일환으로 환율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스노 장관은 중국 위앤화와 관련, "우리는 고정환율을 달갑지않게 본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세계무역체계의 왜곡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995년부터달러당 8.3위앤 정도로 유지해오고 있다. 한편 폴 사베인스(민주.메릴렌드) 상원의원은 "내가 보기에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과 한국도 사실상의 국제수지 조정을 막고 국제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조작에 개입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국가들은 모두 미국과 양자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보고있고 범세계적도 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