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순자산의 25%이상 타 기업으로의 출자를 금지하는 이른바 '출자 총액 규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재벌들은 '동종.밀접한 관련업종', '신기술 업종' 등 무려 19가지에 달하는 무수한 적용제외와 예외 인정 조항을 통해 실제로는 규제의 그물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이날 새로운 졸업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어느 그룹이 졸업기준에 가까운지는 따져볼 수 있다. ◆ 의결권 승수 기준, 현대중.동부 해당 공정위는 출자규제를 받는 11개 재벌들의 의결권 승수가 2배 미만이면 출자규제를 졸업시키는 내용의 법개정을 내년중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4월1일을 기준으로 측정한 의결권 승수로 볼 때 현대중공업과 동부그룹은 각각 1.31배, 1.98배로 졸업기준에 해당되며 한진(2.25배), 금호(2.22배) 등이 기준에 근접해있다. 4대 그룹중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된 LG(3.1배)가 가장 가깝지만 나머지는 삼성(8.88배), SK(16.25배), 현대차(8.57배) 등은 거리가 멀다. ◆ 지주회사화 기업들 유리 공정위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지주회사 본사뿐 아니라 그 자회사와 손자회사에도 출자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을 마치고 친족분리 등을 진행중인 LG그룹이 가장큰 혜택을 입을 수 있고 그룹내 도시가스사들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SK엔론을 두고 있는 SK그룹도 출자한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보게된다. 이밖에 한화 등 일부 기업들도 현재 지주회사화를 추진하고 있어 이 기준에 따른 출자규제 졸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계열사 5개 이하, 3단계 출자 없는 재벌 이 기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기준에 근접해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회사와 일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계열사수가 적어 다른 그룹과 달리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 형성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정은 회장 취임후 상선, 엘리베이터, 아산, 증권, 택배 등 5개 계열사 체제로 개편방침을 밝힌 현대도 경우에 따라 이 기준에 따른 혜택을 입을 수 있다. ◆ 삼성, 내년까지 부채비율 이용 졸업가능 재벌 문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새롭게 제시된 기준, 어느 것으로도 출자규제를 졸업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당초 폐지방침을 밝혔던 '결합 재무제표상 부채비율 100% 미만'졸업기준을 당장 폐지하지 않고 1년간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밝혀 내년 말까지 이 제도를 이용해 '필요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졸업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측정된 삼성의 결합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은 101.3%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출자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