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을 100엔 동전 한닢에 맞춰 파는 100엔숍은 일본 유통시장에서 최염가 판매업태다. 100엔으로는 껌 한통도 사기 어려운 일본의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100엔숍보다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가격경쟁력에 관한 한 100엔숍은 최강의 평가를 받으며 고객층을 빠른 속도로 넓혀가고 있다.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이 같은 100엔숍들에 최근 날개가 하나 달렸다. 디스카운트 스토어들과의 짝짓기다. 일용잡화와 생활용품 등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가격, 상품구성, 집객 파워 등 자체 경쟁력에서도 타 업태에 별로 뒤질 것이 없다. 한때는 가격파괴형 신유통업의 선두로 각광받은 적도 많았다. 이에 따라 양측의 제휴는 강자들의 콤비네이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파장과 확대 여부가 일본 언론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대형 100엔숍 전문업체인 ‘캔두’는 지난 7월 디스카운트 스토어 돈키호테의 삿포로 히라오카점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캔두가 이곳에 설치한 매장의 면적은 약 270평. 잡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2만5,000여종을 판매 중이다. 캔두의 다른 점포들이 오후 9시면 문을 닫는 데 반해 이 매장은 돈키호테의 영업시간에 맞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돈키호테 안으로 들어간 것만으로도 영업시간이 6시간이나 늘어난 셈이다. 장사 스타일에서 경쟁관계일 수도 있는 두 업체가 손을 잡은 데는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 일부 중복되는 상품군만 양보하고 덜어내면 집객 효과 등에서 더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캔두는 돈키호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매장을 찾는 하루 고객수가 약 1,500명으로 전 점포 평균을 20% 웃돌게 됐다. 예전에는 주부고객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돈키호테의 중심고객인 젊은이들이 캔두 매장으로도 발길을 옮기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돈키호테 역시 마찬가지다.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낮시간대의 주부고객 이용빈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의 이점이 합쳐져 또 다른 파이를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의 전형적 예다. 100엔숍 ‘99 플러스’와 손잡고 ‘99 플러스’의 매장을 주류판매장 안으로 끌어들인 술 전문 디스카운트 스토어 ‘가와우치야’는 매장 활기를 되찾는데 보기 좋게 성공했다. 주류판매장 내부에 들어선 100엔숍 코너의 면적은 60평 남짓하지만 고객흡인력이 대폭 점프업되면서 매장마다 하루 고객수가 거의 50%씩 늘어났다. 고객증가와 함께 술 매출도 동반 상승, 종전 대비 최고 배까지 하루매출이 급증한 매장이 생겨났을 정도다. 가와우치야의 성공에 자신을 얻은 99 플러스는 술 전문 디스카운트를 중심으로 짝짓기 매장을 대폭 확충, 오는 2005년까지 모두 1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00엔숍과 타 업종간의 ‘강자 연합’ 사례가 속출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100엔숍 내부의 이해 사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규 참여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점포의 고객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새로운 유망점포 개설이 어려워진 것이 타 업종과의 제휴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캔두의 경우 기존점포 고객 1인당 객단가(구매금액을 고객수로 나눈 수치)가 최근 전년 대비 3% 떨어졌다. 전체 매출은 1%가 줄어들면서 지난 2001년의 증시상장 후 처음으로 외형이 뒷걸음질치기도 했다. 이처럼 역풍이 거세지자 100엔숍 업체들은 안정적 점포 확보와 매출증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짝짓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00엔숍과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의 짝짓기는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할인점들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타 업체와의 매장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99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공동매장을 설치하자는 ‘청혼’이 매달 수십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밝혀 염가업태간의 공생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뿌리내릴 것임을 예고했다.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