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어느날 기업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멤스웨어의 조수제 사장은 여느 때처럼 실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당시 조사장은 PDP TV에 사용되는 감광성 유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기존에 발표된 실험절차를 확인하던 조사장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빛에 노출된 감광성 유리를 불산 용액에 담갔더니 빛을 받은 부분만 일정한 깊이로 파인 것. “처음에는 실험이 잘못된 줄 알고 다시 실험을 했는데 같은 결과가 나오더군요.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 원인이 뭔지도, 그 현상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 최근 이 현상을 이용한 미소구조체 제작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감광성 유리에 기반한 멤스웨어의 미소구조체 기술은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는 홈이나 패널을 만들고자 하는 부위를 제외한 부분을 포토마스크를 덮은 후 자외선을 쪼이는 과정이다. 이 유리에 일정한 열을 가하는 것이 2단계다. 3단계는 불산 수용액에 이 유리를 담그는 과정이다. 이 용액에 담그는 시간에 따라 홈의 깊이가 조절된다. 이 기술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밀도와 범용성에 있다. 기존의 에칭공정에 비해 3~4배 정밀하게 미세구조체를 가공할 수 있고 방사선 가속기를 이용한 리가공정에 비해 활용하기 쉽다고 조사장은 설명한다. 방사선 가속기를 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몇 나라에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에칭기술은 홈의 깊이와 폭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너비와 깊이가 같은 길이로만 파이기 때문에 깊고 좁은 구멍이나 넓고 얕은 구멍을 가공할 수 없었지요. 반면 멤스웨어의 기술은 빛을 쪼이는 부분의 넓이와 불산 용액에 담그는 시간으로 너비와 깊이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욱 정밀한 미소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는 셈이지요.” 이 기술은 바이오산업, 정밀전자부품산업, 정보통신산업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바이오칩, 광섬유, 반도체 검사장비, 센서, 평판 디스플레이 등에서 정밀한 유리 소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간 불가능했던 곡면형상의 미소구조체도 제작할 수 있어 활용가능성이 더욱 높다. 특히 이 기술은 미소구조체 분야의 원천기술이기 때문에 응용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감광성 유리는 내열성이 매우 강하고 전기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실리콘이나 아크릴 소재를 이용한 기존 기술이 활용될 수 없었던 곳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기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활용분야에 따라 최적의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 기술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재료학회지 등 권위지에 지금까지 4차례 논문이 소개됐고 미국의 함스트 전시회, 일본의 첨단 IT전시회 등에 초청받기도 했다. 제휴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제품 양산에 자본을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조사장은 “현재 시설로도 제품 양산에 무리가 없다”며 “필요하다면 다른 분야의 선진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