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유통에 맞는 체질 갖춰야” ] “체질이 완전히 인터넷 유통에 맞게 바뀌어야죠. 누구나 디지털 상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디지털 거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주환 고도몰 마케팅팀장(36)은 디지털 거상의 조건을 대략 5가지로 정리했다. 고도몰(www.godomall.co.kr)은 인터넷쇼핑몰 임대사업을 하는 업체로 그는 이곳에서 기획ㆍ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동시에 e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예비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의활동도 펼치고 있다. “동네시장에서 장사를 아무리 잘하던 상인이라고 해도 그저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이동만 하면 곧바로 거상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가 우선적으로 꼽는 디지털 거상의 조건은 의외로 흔히 생각하는 온라인 채널의 특징과 거리가 있었다. “강의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데 다들 ‘무슨 전문가가 그렇게 추상적인 내용을 성공요소라고 말하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고객만족이라는 상거래의 기본조건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심성이 고와야 한다는 게 그가 말하는 디지털 거상의 첫번째 요건이다. 그리고 학력이 좋을수록 유리하다고도 덧붙였다. ‘심성이 곱다’는 그의 표현은 바로 고객만족과 연결되는 요소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관계관리(CRM)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며 과학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소상공인의 경우라면 마음을 한번 더 쓰는 것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는 ‘하다하다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준비가 안된 상태로 디지털 상인의 길에 들어서는 일이 허다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퇴직금으로 여러가지 사업을 벌이다 실패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아이템이 인터넷 창업이다 보니 고객만족에 만전을 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흔히 ‘남대문 상인도 인터넷으로 옮아가는 게 요즘 추세’라고 쉽게 판단하는 일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전에 동대문 상인들을 상대로 인터넷점포 개설을 권해본 적이 있습니다. 청계고가도로가 헐리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니 새로운 공간에 새 점포를 열어보라는 취지였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점포는 사장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일이 많지 않은 반면, 상품정보에서부터 준비와 포장까지 점주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디지털 창업이기 때문이죠.” 그가 디지털 거상의 조건으로 고학력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품정보를 텍스트로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구현해낼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을 중심으로 요즘 활발히 논의가 되고 있는 감성마케팅이 바로 디지털 상인 개개인에게도 적용된다는 부연설명이다. 디지털 거상 중에 여성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고. 그는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을 세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아직은 유통에 있어 오프라인 시장이 더 중요합니다. 기업 대 기업간 거래(B2B)를 제외하면 아직은 디지털 유통시장이 우리나라 전체 시장의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아닌 개인이 디지털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소상공인에게는 지역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고 지역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프로모션이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온라인상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요즘 개인이 쇼핑몰을 내고 전국적으로 배급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디지털 거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쟁자는 비슷한 규모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뿐만 아니라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대기업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계획구매는 대형 종합쇼핑몰에서, 충동구매는 전문쇼핑몰 등 소규모의 인터넷쇼핑몰에서 하게 된다. 서비스 측면을 봐도 대형쇼핑몰의 고급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개인 소호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역 프로모션을 통해 단골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제가 컨설팅한 케이스 중에 원주에서 의류판매를 하던 상인이 있었어요. 원주 젊은이들은 대개 서울 동대문까지 올라와서 옷을 사 입습니다. 그런데 그 상인이 인터넷으로 동대문 옷을 팔기 시작하면서 그 지역 젊은이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일종의 커뮤니티가 됐고요.” 그는 디지털 거상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거상이 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움직이며 일종의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을 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거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대비 수익이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지금 잘된다고 해서 그 결과를 최종 결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문화와 브랜드화를 강조했다. “상품분야별로 전문매장을 이루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방식이 필요합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상가는 공간이 한정돼 있죠. 하지만 가상공간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경쟁자도 무한대로 늘어나죠.” 특히 인터넷은 어떤 카테고리에서든 2인자가 통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몰 형태로서 1위에 오른다면 오히려 다른 제조업자들이 물건을 들고 찾아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거래수수료만으로도 거상이 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디지털 거상의 마지막 조건인 브랜드 전략은 오히려 소박했다. “꼭 브랜드명을 갖고 사업에 임하라는 뜻이 아니라 ‘이 쇼핑몰은 친절하다’든가 ‘여기는 비싸지만 품질은 좋다’든가 하는 자기만의 특징을 꾸준히 이어가라는 뜻입니다.” “매출실적이 좋다고 해서 모두 거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있는 한 나는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없어. 그가 이미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높여놓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그게 바로 거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 [ 돋보기 | 디지털 상인 되기 Q&A - 포털·경매사이트 ‘입문 지름길’] 인터넷에서 상품을 파는 과정은. 인터넷쇼핑이라고 해서 일반상점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과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시장조사를 통해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를 판단한다. 이때 차이점이 있다면 인터넷 소비자들은 일반 소비자들보다 취향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종합쇼핑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을 발굴한다면 쇼핑몰의 규모와 상관없이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어떻게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상품소싱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품화 계획을 세운 뒤 쇼핑몰을 구축하고 판매촉진과 고객관리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쇼핑몰 구축은 어떻게 하나. 바로 인터넷 유통시장이 차별화되는 점이 쇼핑몰 구축과정이다. 직접 독립 쇼핑몰을 구축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직접 가게를 차리지 않더라도 포털사이트에 입점 시키거나 경매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으로도 디지털 상인에 입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사업자등록은 반드시 해야 할까. 독립 쇼핑몰을 개설하거나 포털사이트에 소호 쇼핑몰로 입점하려면 반드시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 쇼핑몰에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소비자가 볼 수 있게 노출시키도록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 판매의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경매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 이 경우에는 개인회원 자격으로도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자본창업의 경우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지만 최근 동향을 봤을 때는 법인으로 등록하는 편이 나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형업체 중심으로 인터넷 유통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감안할 때, 훗날 대형쇼핑몰에 인수돼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볼 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