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업을 양성화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도입했던 대부업법(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27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 4만여개로 추정되는 대부업체중 약 30%인 1만3천6백16개가 관할 시도에 등록해 감독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왕에 등록했던 대부업체 열 곳 중 한 곳은 등록을 취소한 후 다시 지하로 숨어들고 있고 비등록 업체들의 고금리 영업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등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부업체 다시 지하로 =한국대부소비자금융연합회(한대련)가 27일 발표한 '대부업의 현황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총 1만3천여개가 등록했지만 이 중 12%인 1천6백33개가 등록을 취소했다. 또 문서수발이 안되고 연락이 끊긴 업체가 등록취소 업체 외에 4천∼5천개에 달하고 있어 전체의 절반가량이 다시 지하로 숨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9월 말 등록 포기율이 12%로, 6월 말의 5.9%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대부업체들의 '음지(陰地)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사례도 법 시행 이후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고금리 피해건수는 지난 2001년 11월∼2002년 7월까지 3백53건이었지만, 대부업법 시행 이후인 2002년 11월∼올 7월까지 9백77건으로 크게 늘었다. 불법 대부업체들의 대출금리는 대부업법 시행 이전 평균 연 1백74%였으나 최근 2백%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 지하로 숨는 이유 =대부업계 주장에 따르면 이들이 다시 지하로 들어가는 이유는 법정이자율(연 66%)을 지키면서 영업을 하는게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연체율이 50%를 넘어서고 있어 66%의 이자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것. 등록 이후 전주(錢主)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도 대부업체들을 음지로 숨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단 등록을 하면 세원이 모두 노출되는 데다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돈을 대주던 '음성' 전주들이 기피하고 있다. 중대형 대부업체들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에서 주로 자금을 들여왔지만 정부의 감독강화로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해 자금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해법 없나 =한대련은 대부업체들의 음성화를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들이 합병 또는 공동사업 형태로 대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비교적 우량한 대부업체들이 회사채 공모를 통해 양성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부실채권을 상각처리할 때 세법상 손비로 인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김명일 한대련 사무총장은 "특히 저축은행으로 제한돼 있는 자금조달 창구를 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이병기 선임조사역은 "대부업체들이 먼저 자율정화 노력을 기울여 대부업체는 곧 사채업자란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면서 "양성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대부업체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