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SK㈜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집중 매집을 계기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경제계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경영권방어제도의 역차별 현황과 정책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에서는 적대적 M&A에 대해 다양한 방어수단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최소한의 방어행위 마저 규제하고 있다"면서 국내기업들이 외국인에 의한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보유주식을 되파는 일)이나 적대적 M&A에 대항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53.3%, SK 및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는 각각 41.5%와 40.6%의 주식을 보유하는 등 10대그룹 전체 지분의 43.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홍콩계 'JF자산운용' 등을 비롯한 단일 외국펀드들이 현대산업개발 15.0%, SK㈜ 14.99%, LG전선 9.6%, 삼성전기 8.1%, 삼성전자 6.4% 등 120개 상장사에 대해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말에 비해 56.3%나 늘어난 것으로 삼성전자 등은 계열사 지분을 제외할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율보다 외국인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적대적 M&A에 대항해 이사회 결정만으로 신주를 발행, 주주들이 시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법인간 주식 교차보유 허용 등 다양한 적대적 M&A 방어수단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기업의 경우 적대적 M&A에 대응한 신주발행 금지나 출자총액한도를 초과한 계열사 지분 2천억원어치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등으로 경영권 방어를 엄격히 제한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외국인들이 국내 알짜 기업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SK㈜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외국인 주식매집건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주발행 금지를 비롯한 적대적 M&A 관련규제 폐지 ▲총수일가의 지분율 공개 등 적대적 M&A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철회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삼성전자 등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 최대주주"라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소유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점을 문제삼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회사를 넘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