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권의 단기 차입은 주춤해진 반면 장기 차입은 만기액에 비해 64억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차입 여건이개선되면서 9월에만 장기 차입이 25억7천만달러나 집중됐다. 27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국내 은행의 만기 1년 이하 단기 외화 차입금의 만기 도래액은 276억달러에 달한 반면 차입액은 259억달러에그쳐 17억달러를 순상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9월의 경우 만기 도래액 33억3천만달러에 차입액 23억달러로 10억3천만달러나 순상환됐다. 이는 지난 3월 북핵 사태와 SK글로벌 분식 회계 사건 등으로 대외 신인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나빠졌던 차입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은행들이 장기 자금을 끌어다단기 차입금을 갚거나 더 나은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롤 오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9월 중 단기 차입 가산금리(미국 재무부 채권 기준)는 평균 0.20% 포인트로 사상 최저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5월의 0.33% 포인트, 4월의 0.32% 포인트에 비해 차입 여건이 현저하게 좋아진 것이다. 반면 1∼9월 중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차입은 77억3천만달러, 만기 도래액은 12억6천만달러로 64억7천만달러의 순차입을 기록했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장기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1∼5월 중의 장기 차입은 9천만달러∼9억4천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상황이 개선되면서 6월 20억4천만달러, 9월 25억7천만달러 등 급증세를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 들어 장기 차입을 많이 한 것은 기업들의외화 자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 나쁜 조건으로 빌린 빚을 갚거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외화 후순위채 등을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증시 자금 유입과 차입 금리 하락 등으로 외화 유동성이개선되자 은행들은 최근 들어 조건이 좋은 자금만 선별적으로 차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