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의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미국의 크리스마스 경기는 엉망이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전통적인 연말 특수는 실종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3년만에 돌아온 미국의 크리스마스 특수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연말 선물품목의 단골 메뉴인 PC와 휴대폰은 신제품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고 MP3플레이어 시계 완구 인형 등도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꾸며진 채 일본 등의 해외 경쟁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최대 승부처는 디지털 제품 국내 전자업체들은 이미 판매 확대를 선언한 소니 마쓰시타 등에 맞서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판촉전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말 특수를 겨냥해 △70인치 PDP TV △HDD장착 컨버전스 캠코더 △최고급 빌트인 냉장고 △컬러 레이저프린터 △전후일체형 반사스피커 △홈시어터 △초대형 드럼세탁기 등의 신제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또 최대 5천곡 이상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는 '삼성-냅스터 플레이어'와 최대 1백편까지 영화 저장이 가능한 셋톱박스 '무비빔'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카메라 휴대폰과 PC용 DVD드라이브,평면TV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다음달 중 LA에서 세계 최대의 익스트림 스포츠인 'LG 액션 스포츠 챔피언십'을 개최,분위기를 잡는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비롯 총 4개 종목이 펼쳐지는 이 대회는 미국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며 LG전자는 카메라폰 신제품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결합한 신규 CF를 방영할 계획이다. ODM(자체개발생산)방식으로 미국에 데스크톱PC를 수출하고 있는 삼보컴퓨터도 다음달부터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월 40만대 정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주컴퓨터 관계자는 "현지의 PC교체 주기와 맞물려 크리스마스 특수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업체들도 '군침' MP3플레이어업체인 아이리버(대표 양준덕)는 이달들어 미국의 대형가전유통채널인 베스트바이 및 현지 총판으로부터의 월간수주량이 두배로 늘었다. 아이리버는 연말까지 20GB(하드타입) 및 1GB(메모리타입) 신제품을 비롯 총 30만대의 MP3P를 미국에 추가로 선적할 계획이다. 시계업체 로만손(대표 김기문)도 최근 여성용 팔찌시계의 수주가 3배 정도 늘었다. 팔찌 형태의 디자인이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 마케팅팀장은 "이번 연말과 내년 초까지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완구업체 오로라월드(대표 홍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의 비중이 56%를 차지하는 이 회사는 최근 베스티,무티 등 신제품 라인을 중심으로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릴 제품들을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 종합문구업체 모닝글로리(대표 김희욱)는 노트 등 지재류가 수출 주력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주 수출물량의 약 80%를 거울 액자 인형 및 팬시 선물용품 등에 맞췄다. 색상도 빨간색과 녹색 등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컬러로 디자인했고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현지 소매점에 이미 공급해둔 상태다. 최명수·조일훈·문혜정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