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하반기 이후 지속돼온 세계적 초저금리 시대가 머지않아 마감될 전망이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초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검토했었다.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들의 찬반이 엇갈려 현 금리(3.5%)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으나 부동산시장 과열 등을 감안할 때 다음달에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현지 금융기관들은 보고 있다. 영국의 금리인상은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경기회복세가 강해 금리가 올라가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며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불을 지폈다. 스노 장관은 22일 시카고 상의 연설에서도 "감세 효과로 경기상승 속도가 빨라지고,고용상황도 개선돼 금리상승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리인상론의 배경 미국발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세계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게 금리인상론의 가장 큰 배경이다. 미국경제는 3ㆍ4분기 이후 4%대의 성장률로 잠재수준인 3.5%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으나 효과가 종전만 못했다는 지적도 금리인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채권덤핑 현상도 금리인상론에 한몫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경기침체 과정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을 과다하게 보유함에 따라 경기가 회복되거나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권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보유채권이 출회(보유채권 출회→채권값 하락→채권수익률 상승)될 소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채권수급 면에서도 세계 각국이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본격적인 금리상승에 앞서 기업들이 자금을 미리 확보할 목적으로 국채나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정책금리 인상될 수 있나 아니러니컬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시 전통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인플레이션을 볼 때 아직까지는 정책금리를 올릴 만한 요인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세계적인 상품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파괴 현상과 이번 경기회복이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하고 생산성 증가에 기인함에 따라 인플레는 안정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금리가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정책금리가 인상될 요인이 발생한지는 오래됐다. 한 국가의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통해 보면 대부분 국가의 정책금리가 적정금리 수준보다 크게 낮아 부동산 거품 등 부작용이 심화돼 왔다. 금리체계(interest system) 면에서도 정책금리 인상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처럼 시중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책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그만큼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요인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릴린치 증권은 내년 3∼4월에 연방기금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어떤 영향이 있나 앞으로 정책금리가 인상국면에 접어들 경우 지난 3년간 저금리에 익숙해 있던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중에서 세계적인 저금리로 금융차입 비용이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값싸 보이는 부채-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에 따라 발생했던 부동산 거품 등이 해소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