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교역 상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발효 지연으로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해외 초대형 국책사업에 한국 기업이 아예 입찰조차 못하는가 하면 일부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고율의 수입관세를 적용받아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나고 있다. KOTRA가 23일 펴낸 '세계 FTA 성공사례 및 한국 피해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은 입찰참가 자격조차 얻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멕시코 정부가 FTA 준수를 이유로 정부조달시장 입찰자격을 32개 FTA 체결국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또 현지에 생산라인이 있는 자동차 업체에 한해 수출 물량만큼 수입을 허가하는 현 자동차 수입정책을 내년부터 폐지하고 50%의 높은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EU) 등 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일정량을 수입토록 하고 있으며 현재 10%인 수입관세도 단계적으로 내릴 방침이다. 또 브라질 아르헨티나와의 자동차협정에 따라 2004년부터 이들 국가의 자동차를 무관세 수입하는데 이어 협상이 진행중인 일본과의 FTA마저 타결되면 한국산 자동차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국제표준 규격인 한국산 타이어에 대해 FTA나 규격인증 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국 마크 획득을 강요하거나 통관을 지연시키고 있다. EU는 기계 완구 전기ㆍ전자 통신기기 의료기기 승강기 등 21개 품목에 대해 공동 강제규격인증제도(CE)를 시행중인데 한국은 EU와 상호인증 협정이 없어 CE 마크를 얻지 못하면 수출을 할 수 없게 된다. EU는 또 터키와의 관세동맹에 따라 터키산 섬유제품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나 한국산은 4.6%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물류비에 재고 부담까지 겹쳐 일부 품목은 터키 제품에 최고 20%까지 시장을 잠식당했다. 말레이시아는 매달 4만t 가량인 H형강 자국내 수요 전량을 수입에 기대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에는 5%의 관세를, 비회원국에는 20%를 매기고 있어 한국산 H형강 수출을 대행했던 지ㆍ상사 대부분이 수출을 포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