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잉브스(Stefan Ingves) 국제통화기금(IMF)통화.금융제도국장은 23일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과거 IMF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예금보험기구 연차총회 참석차 방한한 잉브스 국장은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IMF 위기 이후 상당히 발전했고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잉브스 국장은 "한국은 IMF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전제하고 "한국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뿐 아니라 위기 대응능력도 높아졌으므로 또다시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큰 위기를 겪고 나면 한 세대 가량은 (다시 위기가 올 지 모른다는)불안감이 계속 남아 있기 마련"이라고 말하고 "위기가 온다고 해도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과 관련, "외국 자본의 진출이 위험하거나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하고 "(금융시장 진출 과정에서) `얼굴색'으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며 (국내외 자본에 대해) 동일한 게임의 룰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자펀드의 은행 소유에 관해 "투자펀드의 속성상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면 그만큼 (은행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차단 문제를 묻는 질문에 "나라마다 독특한 정치적 환경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부가 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가 나올수 있다"고 말하고 "소유 구조 문제는 여러 자본들 사이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균형을 갖추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그는 합병을 통한 은행 대형화 추진 방향에 대해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소유.지배구조를 갖는 금융기관을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으로감독 또는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8%가 적정하냐는 질문에 "미리 문제를 포착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다만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조절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구와 예금보험기구간의 업무 중복 가능성에 대해 "두 기관이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충돌하는 차원이 아니라 상호 정보 교류와 협력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기구의 장을 정부가 임명하는 체제에서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어떻게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임명권자인 정부가 감독기구의 장에 대해 분명한 임무와 목적을 제시하고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지도록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잉브스 국장은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미국과유럽 국가들의 지적이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