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울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잇따르고 있다. 주부들은 옷장에 넣어두었던 두꺼운 옷들도 꺼내고 평소 망설였던 새 겨울옷을 장만할 생각도 해본다. 패딩 점퍼, 무스탕, 아니면 모피? 모피는 너무 심한가? 비쌀 텐데….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누구나 한 벌쯤은 장만하고 싶은 모피 코트. 하지만 비싼 값의 전문브랜드 제품은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눈길만 줄 수밖에 없다. 나원물산(대표 이종욱)은 값비싼 모피의 대중화를 선언한 업체다. 이 회사를 방문하면 모피는 더 이상 서민들에게 낯설기만 한 사치품이 아니다. 99년 1월에 설립된 나원물산은 밍크(Mink)와 폭스(Fox), 렉스(Rex) 등을 소재로 한 여러 종류의 모피 완제품 및 소품을 국내 유수 브랜드에 공급하는 한편, 해외에 수출중인 업체다. 모피는 1990년대 초까지 국내 상류 여성들만이 입어 부(富)의 상징이 되었지만, 최근 젊은 여성들의 캐주얼 패션 의류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모피라고 다 비싼 건 아니다"라고 운을 떼는 이 대표는 "인조 모피의 등장과 천연모피의 다양한 처리 기법으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모피는 세계 패션계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럭셔리 스포티즘, 즉 고급스러운 캐주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패션리더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제 트렌드와는 상관없는 상류층 부인들의 겨울 코트라는 식으로 모피패션을 정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한다. ROTC 출신인 이 대표는 "지금이 지난 90년대초 모피유행으로 기성브랜드 제품을 구입했던 고객들의 재구매가 이뤄지는 시점"이라 설명한다. 동시에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도 모피제품의 신규고객으로 급부상 하면서 국내 모피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지난 86년 진도모피에 입사해 모피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98년 퇴직전까지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이 좁다며 지구촌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면서 모피에 대한 '내공'을 쌓았다. 회사를 퇴직한 직후 곧바로 나원물산을 설립한 이 대표가 무엇보다 주력했던 건 '가격의 거품제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 당시인 99년은 IMF의 '후폭풍'이 아직 채 걷히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동종업계가 줄줄이 간판을 내리던 시기, 그는 반대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성장가도를 질주했다. 유통단계에서의 거품을 과감히 제거하고 소재의 다양화로 선택의 폭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성을 만족시켰다. 모피의 매력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천연소재라는 점에 있다. 보온성과 보존성이 뛰어나며 패션성 또한 사실 모피만 한 게 없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무 죄 없는 동물들의 희생이 따른다는 점에서 모피는 패션가의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겨울 패션 아이템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는 우선 '모피는 야만스럽다'거나 '과분한 사치품'으로 인식되며 아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던 소비자의 편견을 깨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특성상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야생동물의 모피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사육용 원피를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미국, 캐나다 등지의 농장에서 100% 사육돼 모피 경매시장에서 품질을 검증 받은 우수한 원피만을 사용한다. 이 대표는 "이제 관건은 '어떤 모피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했느냐"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의 성공 이면에는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는 센스와 타고난 성실함이 존재한다. 그는 1년 중 1/3 이상을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 등지를 오가며 보낸다. 외국 모피경매시장 및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모피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Fur Auction(모피경매)'의 경우는 몇 단계의 자체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타 시장에 비해 하자가 적고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그는 "여기에 세계 유행패턴을 한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더 없이 좋은 비즈니스 기회"라고 토로한다. 이 대표는 상거래에 있어 가격이나 품질만큼 중요한 것이 신용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이미지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염가로 모피의류를 리모델링 해 주는 것도 '신용'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이 대표의 세심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서울 ROTC 라이온스 클럽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모범기업인이다. (02)545-3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