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역정책이 지금까지의 수출 위주에서 수입 확대로 돌아서고 있으며, 곧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KOTRA 중국지역본부는 23일 "최근 중국의 무역.통상 분야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무역정책이 중대한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드라이브에서 수입확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주년이 되는 올연말께는 이런 움직임이 정책적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석의 한가운데는 뤼푸위앤(呂福源) 중국 상무부장관의 잇단 발언이 자리하고 있다. 뤼 장관은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중국은 앞으로 3년간 1조달러 이상의 외국제품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2년 중국의 연간 수입액이 2천952억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3년간 수입규모1조달러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후 뤼 장관이 여러 장소에서 비슷한 발언을 거듭하며 수입측면을 강조함에 따라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대외무역정책 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98년 434억7천만달러를 기록한 뒤 해마다 200억-300억달러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올들어 상황이 달라져 9월말 현재 흑자가 91억달러에 그치고있고, 특히 1.4분기에는 10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간 흑자는 작년(303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KOTRA는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폭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수출 부진 때문이라기 보다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만 해도 수출증가율이 22.3%로 수입증가율(21.2%)보다 높았지만 올해는 3.4분기까지 수입증가율(40.5%)이 수출증가율(32.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KOTRA는 내다봤다. 자국내 유통단계에서 거둬들였다 수출시 돌려주는 증치세(增値稅) 환급율을 현행 평균 15%에서 12%로 내리기로 한 것도 중국 무역정책의 변화 움직임을 보여주는것으로 해석된다. 증치세 환급율 인하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 수출촉진을 위해 내놓은 인상조치를5년만에 거둬들인 것으로, 저가저급 상품이 수출증치세 혜택을 받으며 수출돼 일어나는 통상마찰을 줄이고 서방세계의 위앤화 평가절상 요구에 당분간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경제발전 및 대규모 투자에 따른 원부자재 수요 증가, WTO 가입후 수입관세율인하 등도 수입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KOTRA 상하이무역관 박한진 차장은 "철강, 시멘트, 휴대전화 등 이미 100여개품목의 최대시장인 중국은 시장이 커질수록 수입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수입확대는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 완화, 무역마찰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