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 연장을 둘러싼 타당성 논란이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 3년 연장 등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올 정기국회 회기중 처리를 위해 조만간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좌추적권은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이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 내부거래를 한 혐의가 있을 경우 공정위가 금융회사에 해당 기업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 지난 99년 구조조정을 촉진할 목적으로 시한부 도입된 이 제도는 2001년 한차례 연장된 바 있다. 공정위는 이 제도의 폐지 시한이 2004년 2월로 다가오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3년간 제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계좌추적권은 당초 시한을 정해 도입된 '일몰(日沒) 조항'인 만큼 또다시 연장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배치될 뿐 아니라 금융실명제에도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국회 분위기도 경제계 주장에 좀더 귀를 기울이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우선 국회 의석 과반수가 넘는 한나라당이 공식 당론은 아니지만 계좌추적권 연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는 "경기침체기에 굳이 계좌추적권을 연장해 기업들을 위축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 의도대로 법안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이 쪼개지기 전 계좌추적권 3년 연장에 합의했던 민주당도 지금은 야당으로 바뀐 터여서 공정위로서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간 거래금액 가운데 부당내부거래 비중이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계좌추적권 연장 불가피론'을 강변하고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쉽지 않겠지만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대로 여야 의원들을 폭넓게 접촉해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개정 법률안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지주회사 부채비율(1백%) 충족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도록 하는 대신 지주회사의 소유구조 투명화를 위해 지금까지 허용해온 자회사간 출자는 금지했다. 또 주식 취득을 통해 기업을 결합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기업결합을 신고토록 의무화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