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은 정부의 '투 포트 시스템(Two Port System)' 정책에 따라 부산항과 함께 동북아 중추 항만으로 육성되고 있다. 현재 8선석(배 대는 자리)인 광양항은 올해 말 4선석이 추가되는 등 겉으로는 국제항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동북아 허브항만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 선사들이 외면, 부산항 보완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외국 선사들은 항만 지원 서비스나 배후 부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광양으로 뱃머리를 돌리지 않고 있다. ◆ 주저앉는 광양항 =광양항은 오는 2011년까지 총 33개 선석을 갖출 예정이다. 정부는 해양수산개발원의 화물량 예측치에 근거해 2001년 초 광양항 개발계획을 기존의 24선석 규모에서 33선석으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광양항의 물동량은 예측치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광양항이 2001년에 1백8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87만TEU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1백8만TEU만 처리했다. 특히 지속적인 시설 확충에도 불구하고 물동량 증가율이 올들어 9월까지 8.4%에 그치는 등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 기피하는 선사들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ㆍ지역논리에서 개발된 광양항은 배후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없어 기본적인 화물 발생량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보험 금융 항만지원시설(내륙운송, 포워더) 등 국제 허브항에 필요한 물류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또 육ㆍ해상 연계 수송도 원활하지 못해 수송이 지연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다보니 국내외 선사들이 기항을 꺼리는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연계수송 서비스를 보면 상하이항은 미주 유럽 등 대륙간 항로가 주간 50회, 부산항은 주간 75회가 있지만 광양은 11회에 그친다. 동북아지역 연계 항로도 △상하이 85회 △부산 94회를 크게 밑도는 16회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환적화물 입항료를 면제한데 이어 2011년으로 계획됐던 배후부지 조기 개발 카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배후부지 일부가 2005년 말 개발이 완료돼도 매립으로 인한 조성원가가 비싸 임대료가 상하이나 대만 가오슝항 특구의 5배 수준인 평당 10만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손대기 어려운 정부 =광양항 개발계획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도 쉽게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투 포트 시스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치ㆍ지역적 이유 때문에 공식 거론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혁 해양대 교수는 "광양항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도 물동량은 전망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수조원의 국고를 쏟아부은 광양항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